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소비가 3년여 만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은 외국인과 고소득층 소비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진 반면 대형마트와 일부 편의점은 내수 부진과 경쟁 심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는 과정에서도 업태별 희비가 갈리는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최근 ‘소비회복으로 실적 개선된 소매유통산업, 업태별 양극화는 심화’ 보고서를 내고 올해 상반기 국내 소매판매액이 338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던 2023~2025년과 달리 올해 들어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늘어난 소비가 모든 유통 채널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 소비 살아나도 온도차…백화점 매출 14.8%↑·대형마트는 감소
올해 상반기 백화점 영업이익률은 17.8%로 지난해 15.4%보다 높아졌다. 판매액도 전년 동기보다 14.8% 늘었다. 면세점 역시 지난해 -0.1%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상반기 3.3%로 올라서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같은 기간 할인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에서 1.5%로 소폭 높아졌지만 판매액은 7.3%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영업적자가 이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형마트 업황은 수치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편의점은 판매액이 3.4%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5%에 머물렀다.
재무 부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6월 기준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신세계 3.1배, 현대백화점 1.6배인 반면 이마트는 6.5배, 롯데쇼핑은 6.7배였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규모와 비교하면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차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다만 NICE는 두 회사의 재무안정성 자체는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홈플러스 일부 점포의 영업 차질로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수요가 일부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NICE는 점포 위치와 주변 소비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마트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홈플러스 이용객이 대형마트 대신 이커머스나 편의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실제 반사이익의 규모와 지속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GS25와 CU는 신규 점포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PB와 신선식품, 외국인 특화 점포, 퀵커머스 등을 강화하며 점포당 매출을 높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매출 감소와 적자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같은 편의점 업태 안에서도 상위 업체와 하위 업체 간 실적 차이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 이커머스·외국인·소득격차가 갈랐다…유통업태별 희비 뚜렷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0~2025년 연평균 11.7%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 침투율은 약 35%까지 높아졌다. 전체 소비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식품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는 온라인 장보기와 가격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입국객은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도 2021년 1분기 8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2분기 48억6000만달러로 6배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새로운 소비 수요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4년 2분기 4%에서 올해 2분기 8%로 두 배 높아졌다. 쇼핑뿐 아니라 식사와 문화·레저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백화점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데다 국내 고소득층의 명품·패션 소비도 이어지면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 차이는 약 870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 여력이 부족한 계층에서는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가 강해지는 반면 고소득층은 명품과 패션 등 고가 상품에 대한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가성비’와 ‘프리미엄’ 소비가 동시에 커지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고소득층 소비가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리는 반면 대형마트와 일부 편의점은 온라인 경쟁과 내수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어 업태별 격차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회복되더라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이 똑같이 수혜를 받는 구조는 아니다”며 “외국인과 고소득층 수요가 몰리는 채널은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른 반면 생활밀착형 업태는 온라인 경쟁과 가격 민감도의 영향을 크게 받아 업태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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