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지난해 발생한 산사태의 91%가 정부가 지정한 산사태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통영에서는 산사태로 주민 구조가 끝난 뒤에야 대피문자가 발송된 사례도 확인돼 현행 산사태 관리·대피체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재관(충남 천안시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발생한 산사태 2637건 가운데 산사태취약지역 안에서 발생한 것은 244건, 9%에 그쳤다. 나머지 2393건, 91%는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했다.
인명피해도 취약지역 밖에 집중됐다.
취약지역 안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2명이었지만 취약지역 밖에서는 15명이 피해를 입었다. 전체 인명피해의 88.2%가 산사태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한 셈이다.
재산피해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취약지역 밖 피해액은 1092억4100만원으로 취약지역 안에서 발생한 113억4300만원보다 크게 많았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수치가 현행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기준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사전에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가 실제 피해 발생 지역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피체계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8월 17일 새벽 경남 통영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60대 여성이 토사에 매몰됐을 당시 구조신고는 오전 5시3분께 접수됐다. 그러나 주민 대피문자는 약 2시간 뒤인 오전 7시에야 발송됐다. 당시 통영에는 시간당 74.9㎜의 폭우가 쏟아졌다.
주민이 산사태 피해를 입고 구조 절차가 진행된 뒤에야 대피문자가 전달된 셈이다.
이 의원은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을 예측해 지자체에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실제 주민 대피 조치는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판단하는 구조가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간 사후관리 체계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지자체에 산사태 예측정보를 보낸 시각과 지자체가 이를 받은 시각은 확인하고 있지만, 이후 재난문자 발송 시각이나 대피명령·권고 시각, 실제 주민 대피 완료 시각 등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 예측부터 주민 대피까지 전 과정을 한 기관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방식도 보다 탄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인명피해의 88%가 산사태 취약지역 밖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현재 지정 기준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AI를 활용해 강우량과 도로·인구분포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새롭게 위험이 커진 지역은 즉시 관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이 해소된 지역은 객관적인 재평가를 거쳐 해제하는 등 취약지역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재난문자 발송과 주민 대피까지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할 수 있는 산림청 중심의 통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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