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모드 돌아선 LG화학…새 수장 ‘김동춘’ 해법 있나

마이데일리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LG-HY BCM 전경. /LG화학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화학 산업의 맏형인 LG화학이 전례 없는 위기에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과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새 수장에 오른 김동춘 사장이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일본 도레이와 5대5로 합작 운영해온 헝가리 분리막 법인(LTHS)의 잔여 지분 전량을 약 7122억원에 인수했다. 당초 취득 기한은 이달 말이었으나 전날 지분 취득을 조기 완료했다.

이번 인수는 지난해 10월 지분 30% 추가 확보를 통해 100%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공시한 이후 진행된 후속 절차다. 2022년 법인 설립 이후 약 3년 만에 합작 체제를 종료하고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LTHS는 LG화학이 분리막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직후 도레이와 설립한 합작법인(JV)으로, 연 8억㎡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유럽 배터리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효과 약화 등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LG화학은 기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한 끝에 도레이 지분 전량 인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LG화학 측은 “지분 100% 확보를 통해 보다 경쟁력 있고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독자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유럽 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LG화학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3분기 말 기준 LG화학의 총자산은 98조5000억원, 부채는 52조2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13.0%까지 상승했다. 순차입금비율도 54.1%로 전년 말 대비 크게 높아졌다.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발 저가 공세로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만 1170억원에 달한다.

첨단소재 부문 매출은 8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쳤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조461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투자활동에서는 설비 투자 확대 영향으로 3조원 이상의 현금이 유출됐다. 3분기 전사 영업이익률은 6.1%로 개선됐지만 이는 생명과학 부문의 일회성 수익과 LG에너지솔루션 실적 회복 효과에 따른 것이다.

김동춘 LG화학 사장. /LG화학

이에 LG화학은 고강도 인사에 나섰다.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7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신학철 전 부회장이 용퇴하고,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김 사장은 반도체 소재, 전자재료, 첨단소재 사업을 두루 거친 내부 전문가로, LG화학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LG화학은 현재 희망퇴직를 추가로 진행하기보다는 공장 폐쇄 및 사업 재편에 따른 인력 조정을 개별 면담과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일부 인원은 희망퇴직을 선택했고 일부는 직무 전환을 통해 재배치됐다.

또 LG화학은 전지 소재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양극재·분리막·전자재료 등 고부가 소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고객사와 3조7619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테네시주에는 약 4조원을 투자해 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아울러 고려아연과의 합작사 한국전구체(KPC)를 통해 전구체 국산화에도 나서고 있으며 전구체 프리 양극재와 울트라 하이니켈 제품군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일부 투자 계획은 조정됐다. 중국 화유그룹과 추진하던 모로코 LFP 양극재 양산 계획은 2027년으로 연기됐다. 충남 당진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은 현재 시운전 중이며, 시운전이 완료되는 대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들이 LG화학의 생존 전략이 실행 단계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 및 개편안’을 통해 2030년 매출 목표를 기존 70조원에서 50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최근 업황 악화를 반영해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자본 효율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사업부 매각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미 총 3조6000억원을 조달했으며, 추가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약 3조원 규모의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최근 행보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국내 제조 기반은 과감히 정리하고, 유럽 등 전략적 요충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생존 전략의 전형”이라며 “이번 조정이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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