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전 매니저들의 폭로로 시작된 갑질·불법 의료행위·횡령 등 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일련의 의혹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된다. 왜 이 사안이 이렇게까지 커졌는가. 결국 박나래가 몸을 담은 '1인 기획사, 가족 기획사'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박나래의 소속사 앤파크는 그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1인 기획사다. 전 매니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공식적인 매니지먼트 업무를 넘어 안주 심부름, 파티 뒷정리, 술자리 동석, 24시간 대기 등 사적인 요구를 반복적으로 감내해야 했다.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 구조였다. 급여와 계약 형태 역시 불분명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확산됐다.
문제는 이런 의사결정에서 '회사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표이사인 모친이 합의금을 일방적으로 송금해 사태를 봉합하려 했다는 전언, 전 남자친구에게 급여와 주거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 등은 공적 조직이라기보다 사적 공동체에 가까운 운영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공과 사의 구분이 흐려진 순간, 분쟁은 필연적으로 법적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1인 기획사는 최근 연예계에서 낯선 형태가 아니다. 수익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고, 법인 운영을 통해 세무·자산 관리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문 경영과 위기관리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공존한다.
특히 가족 경영이 결합된 1인 기획사는 위험도가 높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은 평상시에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객관성과 절차를 상실하기 쉽다.
이번 박나래 사태에서도 위기 대응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초반에는 전 매니저들이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으로 맞섰고, 이후 ‘주사이모’ 논란이 불거지자 “의사인 줄 알았다”는 해명이 나왔다. 결국엔 “법적 절차로 해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남았다. 반면 같은 사안에 연루된 샤이니 키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즉각 사과했다. 두 대응은 점차 더 큰 결과의 차이를 낳을 것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나서 “불법 기획사 운영, 직장 내 괴롭힘, 공금 유용 의혹은 업계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할 악습”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것도 이 사안을 개인 문제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연매협은 박나래 측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미등록 운영, 매니저와의 계약 구조, 회사 자금 사용 내역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나래 사태는 하나의 결론을 향한다. 1인 기획사는 자유로운 선택이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뢰라는 이유로 공적 시스템을 대체할 수는 없다.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다. 이 오래된 원칙을 무시한 대가는 언제든 예상보다 크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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