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車관세 철벽 ‘하세월’…한국산 車 ‘엑소더스’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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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여전히 25% 자동차 관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제3국 현지 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이 여전히 25% 자동차 관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제3국 현지 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달러(25조416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8월 수출입동향’에서도 대미 수출액은 87억달러(12조1500억원)로 12% 줄었고, 자동차(–3.5%)와 부품(–14.4%) 모두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적용된 25% 관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관세 협상 타결 후 한 달이 지났지만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동일한 세율이 매겨지고 있다.

업계는 자동차가 한국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만큼, 미국이 이를 활용해 3500억달러(약 488조원) 투자 패키지 이행 등 후속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이 한발 먼저 관세를 인하함에 따라 당분간 한·일 자동차 관세 간 격차가 발생할 전망이다.

피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분기 관세 부담액만 1조6000억원에 달했으며, 한 달 평균 5333억원을 떠안고 있다. 관세가 15%로 인하될 경우 손실은 월 20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의 대표 수출 모델로, 생산 물량의 8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25%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품업체들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 2분기만 관세 비용으로 620억원이 발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서 차량에 사인하는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주 주지사를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한국 생산이 아닌 멕시코·캐나다 등 북미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해외로 나갔던 일부 생산을 미국 내 공장으로 다시 가져오는 리쇼어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미국 관세 부담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던 투싼 물량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했다. 또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HMGMA는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72.6%로, 1분기 54.7%에서 빠르게 상승했다. 현대차는 HMGMA의 연간 생산 능력을 현재 30만대에서 향후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멕시코 생산을 늘리고 있다.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은 지난해 67.7%에서 올 상반기 80.4%로 상승했으며,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지아주 KMMG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도 강화했다. KMMG는 올 상반기 18만50대를 생산하며, 기아 글로벌 생산(147만6,302대)의 12.2%를 차지했다. 가동률은 101.4%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60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12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부품·물류·철강 분야의 현지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GM은 부평공장에서 생산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GM의 경우 향후 2년간 총 40억 달러를 투자해 미시간·캔자스·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부품 업계는 멕시코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멕시코산 부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미국 수출 시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 6월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열고 있다. /현대차

하지만 이러한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움직임에 국내 자동차 노동조합은 결사항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3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오전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는 3일과 4일에는 2시간씩, 5일에는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앞서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소득 공백 없는 정년 연장(최장 64세),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4조2396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2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3% 증가한 데다가 미국 관세가 당초 25%에서 15%로 낮아진 만큼 임금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지난 1일부터 하루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철수설을 촉발한 사측의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결정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4일 전국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리 신차 생산을 배정 받지 않으면 2028년 이후 차량 생산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경영진은 한국 사업장 재평가라는 발언으로 정부를 상대로 협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한국 사업장 재평가와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며 “철수 협박이 아닌 현장에 나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부분파업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12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했다.

기아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3조8000억원의 성과급을 조합원에게 지급해 달라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통상임금 관련 조합원 특별위로금 2000만원을 비롯해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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