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한국 게임업계가 하반기 단 하나의 신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반기 내내 신작 부재로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이 하반기 대작 한 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정 차질이나 흥행 실패는 곧바로 실적 공백과 주가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방 베팅’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MMORPG ‘아이온2’, 카카오게임즈는 액션 RPG ‘가디스 오더’, 펄어비스는 콘솔·PC 오픈월드 ‘붉은사막’, 컴투스는 MMORPG ‘더 스타라이트’, 드림에이지는 대형 MMORPG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등을 하반기 승부처로 삼았다. 대부분의 회사가 사실상 단일 기대작에 화력을 집중하는 구조다.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까지 감수하며 ‘아이온2’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반기 적자 전환 이후 반등 카드로 ‘가디스 오더’를 내세웠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올인 전략’의 위험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컴투스는 기존 흥행작이 버티고 있지만 신작 MMORPG 흥행 여부에 따라 성장세가 달라질 전망이다. 드림에이지는 누적 적자 속에 ‘아키텍트’ 흥행이 회사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됐다.
문제는 산업 전반에 드리운 구조적 리스크다. 대작 게임은 QA·플랫폼 심사 등 변수로 일정이 미뤄지기 쉽다. 출시가 한 분기만 늦어져도 실적 공백이 생긴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연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케팅 비용은 출시 전부터 투입되지만 매출은 뒤따라오기 때문에 초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하반기에는 AAA급과 서브컬처 기대작들이 몰려 출시되는 만큼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정된 이용자 풀 속에서 여러 게임이 동시에 등장하면 흥행은 소수에 집중되고, 나머지는 비용 부담만 떠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 기업들은 핵심 지표인 D30 유지율, 유저당 결제액(ARPDAU) 같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외부에서는 외형 성과만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하나에 모든 걸 거는 전략은 성공하면 폭발적이지만 실패하면 타격이 치명적”이라며 “이젠 출시 첫날 매출보다 3개월 차 유지율과 수익성을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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