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견 제약사 동성제약이 새로운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 체제에 들어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의 경영 행보와 오너인 백서현 대표의 전력, 여기에 전임 오너 이양구 전 회장의 잔존 영향력이 겹치면서 '기업사냥 논란'과 '오너 리스크'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동성제약은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이양구 외 5인에서 브랜드리팩터링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 14.12%(368만주)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다. 거래 금액은 약 120억원이다.
브랜드리팩터링은 2022년 설립된 비상장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백서현 대표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매출은 84억원을 기록했다.
동성제약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체급과 연관성이 부족한 회사가 왜 제약사의 최대주주가 됐는가"라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활용한 해외 진출과 비의약품 사업 확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더 큰 상황이다.

백 대표는 현재 코스닥 상장사인 셀레스트라(구 클리노믹스)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셀레스트라는 암 진단 등 의료기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백 대표는 제노투자조합1호가 2023년 4월 셀레스트라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표로 선임됐다. 백 대표는 제노투자조합1호의 특수관계자인 제노투자조합2호(지분 95%)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백 대표가 이끄는 셀레스트라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현재 상장폐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올해 15대 1 감자를 단행해 3800만주인 총발행주식수를 250만주로 93%이상 줄여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주식시장에서는 백 대표의 셀레스트라 인수 과정을 사실상 적대적 M&A로 보고 있다. 백 대표는 당초 바이오 분야와 무관한 브랜드리팩터링을 운영해 온 인물로, 2023년 셀레스트라 경영에 전격 합류한 뒤 기존 창업자 및 대표들을 경영 일선에서 밀어내고 본인의 단독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셀레스트라는 잇따른 경영 실패에 직면했다.
제노투자조합1호가 셀레스트라의 최대주주가 된 뒤 총 5차례에 걸쳐 전환사채(CB) 발행 및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 이상을 조달했지만, 자금 대부분은 부채 상환과 외부 투자에 사용됐다.
특히 관리종목 지정 기준인 매출 요건을 넘기기 위해 뉴오리엔탈호텔 인수에 185억원, 버섯재배 자동화시스템을 보유한 가금농산 지분 40%를 매입하는 등 본업과 무관한 투자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정작 유전체 분석 및 암 진단 등 주력 R&D에는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셀레스트라는 기술특례 상장 당시 내세웠던 실질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채 적자만 키웠다. 지난 2023년 424억원, 2024년 4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누적 결손금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전력이 알려지면서 동성제약 주주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최대주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동성제약측은 최근 브랜드리팩터링을 주식 거래 정지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이 지난 6월 동성제약의 현 경영진을 횡령‧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한 사실이 한국거래소에 전달되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고, 이로 인해 주식 매매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브랜드리팩터링의 기업 인수 패턴이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이양구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사를 인수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공동 배임 혐의로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동성제약 이양구 前회장 선긋는 브랜드리팩터링, 실제는
이양구 전 동성제약 회장의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브랜드리팩터링이 이 전 회장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그러나 주식 양수도 계약서에는 일정 기간 후 이 전 회장이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재매입 옵션'이 포함돼 있어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예정된 동성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이 전 회장은 최근 브랜드리팩터링 입장문을 통해 후보직에서 사임할 뜻을 비췄다.

법원에서 허가한 주주총회 안건의 수정절차를 피하기 위해 임시주총 당일에 이양구 전 회장 본인이 사외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임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그는 지난해 10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난 4월에는 경영권과 함께 보유 지분 14.12% 전량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최대주주에 오른 브랜드리팩터링은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임시주총을 추진하며 이 전 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으나 이번 사임으로 사실상 복귀 길이 막힌 셈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이 전 회장을 둘러싼 경영 실패, 오너 리스크 논란 속에 브랜드리팩터링이 여론 부담을 덜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측이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계약서에는 이 전 회장의 2년간 사내이사직·회장직 보장과 임기 종료 후 지분 재매입 권한을 명시한 조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이 계약 과정에서 동성제약의 차세대 항암 신약이자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는 동성제약의 미래성장동력 사업인 '포노젠' 사업을 사실상 사유화할 수 있는 조건을 넣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포노젠은 빛에 반응하는 광민감제 특성을 활용해 정상 세포는 보호하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광역학치료(PDT)' 기반 신약으로서, 많은 주주들이 동성제약에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포노젠이 동성제약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꼽히고 있어 이 전 회장이 이를 사외 반출할 시 회사와 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포노젠 신약사업 외에도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동서제약의 '화장품' 사업을 사유화할 수 있는 조건도 포함돼 있고, 이에 맞춰 최근에 이양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해온 동성제약의 화장품을 제조하고 생산하는 협력사인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이사로 신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난 것은 외부 이미지 관리 차원일 뿐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매입 옵션과 핵심 자산 사유화 계약내용을 보면 이 회장과 브랜드리팩토링은 한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브랜드리팩터링 "현 경영진 조직적 시세조종"
한편, 동성제약의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은 지난 20일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와 원용민 전무, 남궁광 이사 등 현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불법 유용해 주가 조작에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일 브랜드리팩터링은 "현 경영진이 회삿돈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질러놓고도 고의 부도를 일으키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자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에 따르면 나원균 대표 취임 이후 동성제약의 회사 자금이 오마샤리프화장품, 루맥스, 디엔앨커머스 등 관계사로 유출됐다. 선급금 등의 형태로 약 180억원이 해당 기업에 지급됐다.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이 자금은 운영자금이 아닌 동성제약의 주식 매매에 투입돼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
브랜드리팩터링은 해당 관계사 대표들로부터 시세조종 지시 사실확인서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확인서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동성제약의 지시로 주식 및 코스피200 옵션거래를 수행한 것과 전일 종가 유지를 위한 주식 매매 지시도 반복적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원용민 전무가 지난해 4월 16일 텔레그램을 통해 특수관계사 대표들에게 호가 조작 등 직접 거래 지시를 내린 내역까지 확인돼 조직적인 시세조종 정황이 뒷받침됐다고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는 지난 6월24일 현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브랜드리팩터링 관계자는 "현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회사의 거래정지 사태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며 "책임전가로 일관하는 경영진 전원 사임만이 회사 정상화와 거래재개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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