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제약사가 자회사에 힘을 실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 경영을 가능하게 해서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동제약, 동아쏘시오그룹, 제일약품, 유한양행 등은 저마다 주력 분야에서 자회사 중심 R&D를 가속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항암치료제 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파프(PARP) 저해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을 개발 중이다.
PARP는 세포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로, 이를 억제하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 베나다파립은 2022년 미국 FDA로부터 위암 치료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지난해 유방암 대상 임상 2a상을 완료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또한 동아쏘시오그룹 자회사 앱티스와 손잡고 베나다파립을 페이로드로 활용하는 차세대 이중 페이로드 ADC(항체약물접합체)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동아ST는 기존 순환기·소화기 분야 위주의 사업 구조를 넘어, 항암·중추신경계 등 신성장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앱티스의 '앱클릭(AbClick)' 기술을 바탕으로, 위암·췌장암 등에서 발현되는 클라우딘18.2를 타깃으로 한 차세대 ADC 신약 ‘DA-3501’을 개발 중이다.
동아ST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십과 연계해 상업화 속도를 높이는 한편, 치매 치료를 목표로 한 'DA-7503', 경구용 면역항암제 'DA-4505' 등 차세대 후보물질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에 역량을 모아 '제2의 자큐보'를 겨냥한 이중 표적항암제 네수파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네수파립은 PARP와 암 성장·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탄키라제(TNKS)를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현재 췌장암과 자궁내막암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 1b·2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췌장암 적응증은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FDA로부터 위암·위식도접합부암에 대해서도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MSD의 키트루다와 셀트리온의 베그젤마 등과 병용요법 연구로 췌장암, 난소암 등으로 적응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은 2016년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와 합작해 만든 자회사 이뮨온시아에서 면역항암제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희귀 혈액암 신약 후보 'IMC-001'을 비롯해 고형암 치료제 'IMC-002'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IMC-001은 국산 1호 면역항암제로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엔 IMC0-001 2상의 임상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하고, 우수한 장기 유효성을 공개했다.
이뮨온시아 관계자는 "오는 10월 식약처에 IMC-001의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업계에선 독립된 법인 구조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이나 기술수출로 이어질 발판이 된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회사는 신약 개발이라는 ONE(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기에 연구인력, 조직 구조 등 의사결정이 신속하다"며 "아울러 투자자들에게 독립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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