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가 포스텍(POSTECH)과 손잡고 차세대 광학 기술인 '메타렌즈' 상용화의 난제를 풀어냈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돌출, 이른바 '카툭튀'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며 XR(확장현실) 기기와 모바일 기기 디자인 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다.

13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삼성리서치 윤정근 연구원과 포스텍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공동 주도했고, 포스텍 강현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메타렌즈 상용화 걸림돌 제거
메타렌즈(Metalens)는 평평한 기판 위에 나노미터 크기의 기둥 구조를 배열해 빛을 회절시키는 차세대 렌즈 기술이다. 기존 굴절렌즈와 달리 두꺼운 유리나 플라스틱 대신 초박형 구조로 동일한 초점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디바이스를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선명한 영상을 만들려면 빛의 파동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위상 지연'이 필수다. 종래 방식은 빛줄기마다 '1파장' 지연을 줘야 해, 종횡비 1대 10 이상의 매우 길고 가는 나노 기둥 수천만 개를 제작해야 했다. 이는 제작 공정이 까다롭고 구조물이 쉽게 부러져 양산에 치명적인 제약이었다.
윤정근 연구원팀은 이 한계를 '위상 지연 최소화 설계'로 돌파했다. 빛 지연을 한 파장에서 2/3파장으로 줄여도 광학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위상 기울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슈퍼셀(supercell) 구조를 적용해, 원거리장(far-field)에서 파면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 접근 덕분에 나노 구조체 종횡비를 1대 5 수준으로 줄이고, 제조 난이도·불량률을 낮춰 수율과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산업계에서는 메타렌즈 양산 적용 가능성을 끌어올린 퀀텀 점프’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슬림 XR 카메라 실증…두께 20% 감소
연구팀은 해당 메타렌즈를 XR 디바이스용 적외선(Infrared) 안구 카메라에 적용해 실증했다. 결과는 두께 2.0mm에서 1.6mm로 20% 감소, 부피와 무게 모두 줄었다. 시야각 120도에서 동공 추적과 홍채 인식 성능을 확보했고, 선명도 지표인 MTF(Modulation Transfer Function)는 50%에서 72%로 향상됐다.
이 기술을 가시광 영역까지 확장하면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모듈의 높이를 낮춰 '카툭튀'를 완화할 수 있다. 고배율 줌·고해상도 이미징 모듈을 더 얇게 설계할 수 있어 디자인 자유도가 크게 넓어진다.
◆스마트폰·XR·차량·웨어러블까지 파급
삼성전자는 "이번 연구는 메타렌즈 상용화를 가로막았던 물리적·제조적 난제를 해결한 사례"라며 "향후 스마트폰, XR, 웨어러블, 차량용 카메라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은 물론, 경량화·박형화를 요구하는 모든 광학 기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센서, AR글래스, 의료용 내시경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애플, 구글, 샤오미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카메라 모듈 소형화와 초슬림 설계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카메라 모듈의 돌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렌즈 설계와 잠망경 줌 구조를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포스텍의 연구가 특허 선점과 양산 기술 확보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 확장과 파운드리·광학부품 협력사가 참여하는 공급망 구축이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