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75] 자폐 아이 배변 훈련 도전기

마이데일리

[교사 김혜인] 배변 교육 시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8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 시작한다.

아이는 만 3세까지 배변 교육을 못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더 늦기 전에 배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아이가 준비될 때를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위로를 동시에 받았다.

자폐아이 엄마는 그가 평생 대소변 가리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성인 자폐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코티넨스(소변이나 대변을 의도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겪는다는 고백을 쉽게 볼 수 있다.

내 아이는 과연 대소변 가리기를 할 수 있을까?

아이 몸이 이미 기저귀를 졸업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두어 달 전부터 아이가 밤새 소변을 보지 않고 잠자는 걸 알아차렸다. 아침에 기저귀가 젖어 있는 건, 깨어난 뒤에 소변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작년 언젠가부터 목욕을 시키려고 옷을 다 벗기면 선 채로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걸 계기로 목욕 전에 양변기에 소변을 보게 하니 순조롭게 따랐다.

그런데도 배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못한 이유는 아이가 매우 강한 루틴과 강박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었다. 목욕 직전에 기저귀에 소변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옷을 다 벗자마자 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변이 나오지 않자 분노를 쏟아내며 자신의 허벅지를 마구 때렸다.

정작 소변이 마려워도 목욕하기 직전이 아니면 절대로 변기 앞에 서지 않았다. 어떤 간식으로 유혹해도 소용이 없었다.

일찌감치 마련한 아기 변기가 있지만, 아이는 거기에 앉는 걸 완강히 거부했다. 그저 변기 뚜껑을 여닫고 배변통을 꺼내며 놀았다. 그것도 점차 관심이 줄어들며 아기 변기에는 먼지만 쌓였다.

어느덧 아이는 세 돌을 지나 38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한때는 기저귀에 대소변을 본 뒤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했으나 그조차 사라졌다. 나는 배변 교육 시기를 놓쳐버린 것 같아 거의 포기한 채 있었다.

그런 내 마음에 큰 변화를 준 사람은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난 엄마였다. 그는 내 아이보다 한 살 많은 자폐 아이를 키운다. 그 아이가 할 줄 아는 단어가 5개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다고 했다.

그는 “저도 아이가 말을 거의 못해서 기저귀를 못 뗄 줄 알았는데, 할 수 있더라고요” 했다.

나는 그간 아이가 대소변을 표현할 줄 알아야만 기저귀를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너무 놀라웠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발달센터에서 알게 된 엄마도 연휴 동안 배변 교육에 성공한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나도 남은 기저귀를 처분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먼저 아기 변기 커버를 양변기에 설치하고 아이가 오를 수 있는 계단을 변기 앞에 두었다. 다음엔 맨살로 변기에 앉기를 시도했다.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는 그림을 보여주며 “변기 앉기 연습을 할 거야”라고 말했다.

변기에 앉히려 하니 예상대로 완강히 거부했다. 허벅지를 지그시 눌러 앉힌 뒤 곧바로 아이 입에 간식을 넣어 주었다. 첫날은 그걸로 끝.

다음 날부터 3초 앉은 후 간식, 5초 앉은 후 간식을 주며 시간을 늘려가니 일주일이 안 되어 3분 넘게 앉는 게 가능해졌다.

마지막 단계로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혔다. 아이가 팬티에 그대로 소변과 대변을 각각 2번씩 실수하더니 그 후로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보았다. 아이는 내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제 발로 화장실에 갔다.

집에서는 언제든 화장실로 드나들 수 있지만 밖으로 외출할 때는 어떨까?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않으니 외출할 때면 늘 조마조마했다. 2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냐고 물어봐도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대소변 실수를 해도 절대로 당황하지 말자고 다짐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필요 없었다. 아이는 준비되어 있었다. 어느 날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아이가 내게 와서 “똥꼬 불편해”라고 말했다.

공중화장실로 데려가서 미리 준비한 발판을 변기 앞에 놓아주자 자연스럽게 올라가서 대변을 보았다. 다음 날 저녁에는 외식을 했다. 아이가 식당에서 나를 향해 “화장실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자폐 아이에게 배변 교육을 하는 건 비장애 아동에 비해 까다로울 수 있다. 어쩌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소변 가리기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없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건 자폐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일단 해봐야 한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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