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건축디자이너가 도시를 여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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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디자이너 강은영] “낯선 도시의 첫 밤은 어딘가 낯설고 조금 들뜬다. 처음 보는 침대에 앉아 커튼을 열고 창밖 불 빛을 바라본다. 조용한 냉장고 소음이 생경한 이방인의 숨소리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비로소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짧은 침식주(寢食住)가, 여행이 시작된다.”

<도쿄 호텔 도감>은 여백이 아름다운 건축, 시간의 결이 남은 장소, 색으로 말하는 구조, 독특한 철학을 품은 방, 지역과 호흡하는 디자인, 미니멀리즘이 살아 있는 공간. 도쿄에 흩어진 호텔을 여섯 갈래로 묶었다.

건축 디자이너 엔도 케이는 공간을 수집하고, 기억을 기록한다. 방을 고르고, 그 안에 스스로를 눕히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호텔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탐험한다. 사적인 감각으로 거대한 수도 도쿄가 아닌, 작고 은밀한 도쿄의 결을 느끼게 한다.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을 준다.

호텔을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감각의 기록물로 재구성하고 있다. 어떤 호텔은 긴 설명보다 평면도 한 장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그 안쪽에 고요한 미감이 숨 쉰다.

다치카와 도심 호텔에서 풍성한 자연에 위로받으며 세심하게 설계된 인테리어와 액티비티를 경험하고, 이케부쿠로 호텔에서 더스티 핑크와 더스티 그린이라고 불리는 톤 다운된 컬러 테마가 건축 내장, 외장까지 적용된 매력적인 컬러링을 맛본다. 대관람차가 바라다보이는 탁 트인 욕실이 있는 미나토미라이 숙소는 대담한 구성으로 가슴 설레는 기운이 가득하다.

엔도 케이는 무심한 정보 대신, 세심한 시선으로 호텔을 바라본다. 어떤 침대에서 눈을 감았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공간을 누렸는지에 집중한다. 이 책은 도쿄라는 도시를 머무는 방식으로 다시 읽게 한다. 한두 평 작은 공간이라도, 그곳이 나만의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다면 여행은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호텔 안에 들어선 여행자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누군가 취미를 곁에서 슬며시 훔쳐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50분의 1로 정밀하게 그린 도면, 벽지 가구 어메니티에 이르는 세심한 묘사는 몰입감을 준다.

자로 잰 듯 정밀한 평면도 안에서, 건축이 속삭인다. 빛이 들어오는 창의 위치, 침대 곁에 놓인 스탠드 높이, 세면대 타일 질감까지. 사소한 요소 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한 시선은 집요하면서도 애정 깊다. 수채화 농도와 명암은 공간의 또 다른 온도를 전한다.

단지 눈으로 읽기보다, 손끝으로 만지는 듯한 경험이 책장을 넘길수록 선명해진다. 다음 숙소를 찾는 이에게, 공간을 기억하고 싶은 이에게 방 하나를 넘어 도시 전체로 걸어가게 만든다.

여행을 끝낸 이에게 다시 출발을 권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체크인 하는 기분!” 이라는 크리에이터 이연의 추천사처럼.

|강은영. '표1'보다 '표4'를 좋아하는 북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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