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영원히 추앙받는 야구 레전드를 보고 싶다.
2025시즌 KBO리그는 역대 최초 1000만 관중을 달성한 작년보다 더 뜨겁다. 이제 대한민국에 프로야구는 킬러 컨텐츠를 넘어 문화적 현상이며, 국민의 삶의 일부분으로 가는 수순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NO.1 스포츠다.

그렇다고 다 좋기만 한 건 아니다. 호사다마라고, 지난 6월 KBO리그에는 안 좋은 일이 크게 두 건이나 터졌다. 공교롭게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들의 씁쓸한 결별이었다. 6월 초에는 이승엽 전 감독이 두산 베어스에서 자진 사퇴했고, 지난주에는 이종범 코치가 KT 위즈를 떠나 JTBC 최강야구 사령탑으로 옮겼다.
두 지도자는 그냥 레전드가 아니다. KBO가 2022년 리그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레전드40에서 이종범이 3위, 이승엽이 4위였다. 이들보다 많은 표를 받은 레전드는 선동열(1위)과 최동원(2위)밖에 없다.
현역 시절 불세출의 영웅이자 슈퍼스타였다. 굳이 두 레전드의 KBO리그 성적과 커리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심지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종범과 이승엽은 아는 경우가 많다. 나란히 일본프로야구에도 진출했고,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잘 풀리지 않았다. 나란히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런데 친정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와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이종범은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를 거쳐 올해 KT 유니폼을 입었고, 해설위원 생활과 일본 및 메이저리그 유학까지 다녀왔다. 이승엽은 코치 경험 없이 2023시즌 두산 감독직을 맡았다. 그 사이 해설위원, JTBC 최강야구 몬스터즈 사령탑을 역임했다.
이종범은 은퇴 1년 뒤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했지만, 어쩐지 감독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보통 40대 중~후반에 감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종범은 이미 50대 중반이다. 이승엽 역시 40대 중반에 감독이 됐다.
이종범은 결국 시즌 도중 KT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예능프로그램 사령탑으로 옮겼다. 감독이라고 하지만 영전이 아니다. 야구예능이라고 하지만, 예능은 예능이기 때문이다. KT와 이강철 감독의 신의를 저버렸다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이종범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프로그램 제작진과의 인터뷰서 또 다른 형태의 야구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KBO리그에는 다시 못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시즌 중 신의를 저버린 경력이 향후 감독, 고위 프런트 고용 시장에서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 애매한 측면도 있다.
이승엽은 결국 코치 경력 없이 사령탑에 올라 불안하다는 시선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지난 2년 연속 두산을 포스트시즌에 올렸으나 와일드카드시리즈서 잇따라 패퇴했다. 올 시즌에는 일찌감치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이 과정에서 뚜렷하게 팀을 재건하며 미래를 밝혔던 것도 아니었고, 마운드 운영에서의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종범과 달리 다시 KBO에 못 돌아올 인사는 아니다. 그러나 당분간 야인생활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진사퇴를 했지만, 자진사퇴 이전부터 사퇴설이 파다했다.
두 사람은 그 어떤 야구 팬들에게도 레전드이자 슈퍼스타였다. 그렇지만 정작 지도자로선 성공했다는 평가를 못 받았다. 심지어 쫓겨나듯이, 비판받으며 KBO리그를 도망치듯 떠났다. 인생이 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지만, 한국야구의 얼굴들이 나이를 먹고 주류에서 밀려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 물론 두둔할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슈퍼스타, 레전드들도 사람이다. 실패를 한다. 시련을 겪는다. 욕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야구 팬들이 야구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럼에도 야구인들 특히 레전드들이 인간사에서 볼 수 없는 일종의 ‘판타지’를 평생 보여주길 바라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84개의 도루, 56개의 홈런을 일반인이 쉽게 기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그들이 지도자로서도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은퇴 이후 지도자로서의 이런저런 모습이 팬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이종범, 이승엽 같은 슈퍼스타 혹은 레전드가 또 나타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야구계에서 평생 성공하며 한국야구에 기여하는 모습도 볼수 있을까. 그리고 야구팬들이 그런 그들을 보며 희열을 넘어 판타지를 느낄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한국야구에서 영원히 추앙받는 레전드를 보고 싶다. 물론 훗날 이종범과 이승엽이 야구계에서 다시 일어나는 모습 역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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