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지난 28일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위해 서울고검에 머무른 시간은 약 15시간 정도지만, 그가 ‘적법절차’를 운운하며 실랑이를 벌인 탓에 실제 피의자 신문에 걸린 시간은 5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조사 출석 전부터 내란 특검과 ‘기싸움’을 벌였던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어깃장’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 분열의 시작… 계엄 당시 국무회의 정조준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의 소환 출석에 응하긴 했지만, 피의자 방어권과 인권을 강조하며 출석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내란 특검이 수사를 위한 피의자 소환을 요구하자 윤 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며 “알아서 가겠다”는 식으로 맞섰고, 비공개 출석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내란 특검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서울고검 앞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28일 오전 9시 55분, 내란 특검 요구대로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란 재판에 참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사를 받기 위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했던 것과는 다르게 윤 전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빠르게 서울고검으로 입장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초반에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오후에 발생했다. 윤 전 대통령 신문에 나섰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박창환 총경이 지난 1월 공수처와 경찰이 시도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다는 이유다. 때문에 질문자 교체를 요구하며 대기실에서 조사실로 돌아오지 않고 어깃장을 놓았다.
이날(28일) 특검 조사는 윤 전 대통령의 어깃장으로 5시간 남짓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경찰이 참여한 피의자 신문조서도 서명·날인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연신 적법절차를 요구하며 내란 특검의 수사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답변을 일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할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온갖 ‘법 기술’로 법적 리스크에서 빠져나가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조사를 마친 29일 0시 59분경, 귀가하는 윤 전 대통령에게 취재진은 “검사 시절 피의자가 조사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셨느냐”라고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 본인이 했던 요구를 본인이 돌려받은 상황이다. 피의자 방어권과 인권을 중시해 검찰 업무를 수행했던 당시의 검사였다면, 피의자인 지금에도 윤 전 대통령은 당당히 답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날 조사가 이뤄진 내용을 미뤄 짐작해 볼 때, 특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의 하자 여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30일 내란 특검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열었던 국무회의 회의록 초안을 작성하고 계엄선포문을 국무회의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무회의를 진행하려면 먼저 의안 소관 부처가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한 뒤 의안을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실에 제출한다. 그 다음 국무회의시스템 등을 통해 회의 일정을 공지하고 의안을 배부하며 회의록을 작성한다. 하지만 올해 1월 검찰이 작성한 윤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서도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국무회의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국무회의가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국무회의에 의안으로 제출하지 않은 점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이기 이전에 국무총리 및 소수 국무위원들과 비상계엄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교환했을 뿐인 점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인 이후에도 국무위원이 대통령실로 소집된 이유와 안건의 내용이 무엇인지 조차 파악할 수 없던 점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만 있는 점 △비상계엄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국무회의의 간사인 행정안전부 의정관에 의한 국무회의록도 전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법령에 위배된 절차라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적법한 국무회의 소집 통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국무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계엄을 선포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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