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의 표본' 패패패패패 빅게임 피쳐, 7이닝 무실점 반등→7⅓이닝 2실점 111구 투혼까지…8패에도 아름다웠다 [MD수원]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아름다웠다. 윌리엄 쿠에바스가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누구도 그를 탓할 수 없다.

쿠에바스는 2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⅓이닝 3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8패(3승)를 기록했다.

무려 111구를 던졌다. 시즌 최다 투구 수다. 앞서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던 6월 14일 대구 삼성전 7이닝 동안 106구를 던진 것이 종전 최고 기록. 개인 통산 최다 투구 수는 2020년 9월 5일 고척 키움전(8⅔이닝 1실점 승) 작성한 118구다.

올 시즌 최다 이닝이다. 이날 전까지 쿠에바스는 3월 29일 사직 롯데전, 앞서 언급한 6월 14일 대구 삼성전 각각 7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이번 경기 7회를 마쳤을 때 이미 97구를 소화했지만, 마운드에 올라 최대한 이닝을 소화하려는 투혼을 선보였다.

쿠에바스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4월 29일 잠실 두산전 시즌 2승 이후 7경기에서 승리 없이 내리 5패를 당했다. 해당 기간 평균자책점은 7.75다. 25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나쁜 기록. 피OPS(0.845)는 두산 최원준(0.847) 다음으로 나빴다.

'빅게임 피쳐' 쿠에바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 당장 2년 전만 해도 쿠에바스는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무패 승률왕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도 7승 12패로 흔들리긴 했지만, 팀 선발진이 무너진 가운데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끝까지 완주했다. 무엇보다 2021년 1위 결정전 7이닝 1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승리, 2024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승리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6월 14일 우리가 아는 쿠에바스가 돌아왔다. 올해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삼성을 상대로, 그것도 '홈런 공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7이닝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것. 46일 만에 거둔 승리다.

22일 투구도 훌륭했다. 1회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솎아 냈다. 2회와 3회는 연속 삼자 범퇴. 4회 선두타자 권희동에게 볼넷을 내줬다. 박민우와 맷 데이비슨을 각각 중견수 뜬공과 2루수 뜬공으로 정리. 박건우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 2루에 몰렸지만 손아섭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5회 몸에 맞는 공, 6회 단타만을 허락하며 전광판에 계속해서 '0'을 새겼다. 7회 이날 세 번째 삼자범퇴를 작성했다.

투구 수는 97구. 쿠에바스는 여전히 마운드를 지켰다. 첫 타자 김형준은 헛스윙 삼진. 김휘집에게 통한의 볼넷을 내줬다. 1-2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지만, 5~7구가 모두 빠졌다. 투구 수는 106개. 제춘모 투수코치가 통역과 마운드를 찾았다. 모두가 교체를 예상했지만 쿠에바스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을 비우지 않았다. 김주원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를 교체 할 수밖에 없었다. KT 팬들은 쿠에바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구원 등판한 박영현이 2실점하며 쿠에바스가 패전투수가 됐다.

KT 측 자료에 따르면 쿠에바스는 최고 149km/h, 최저 142km/h의 빠른 공을 뿌렸다. 직구 33구, 스위퍼 30구, 커터 23구, 체인지업 20구, 투심 5구로 NC 타선을 요리했다.

시즌 8패로 키움 김윤하(무승 10패)에 이어 다패 2위가 됐다. 하지만 멋진 투구였다. 소위 말하는 '졌지만 잘 싸웠다'의 표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