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사상 최대 경상흑자에도 삼전닉스 외국인 자금 16조원 이탈…‘디커플링’ 심화, 왜

마이데일리
반도체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한국 경제와 달리, AI 수익성 우려와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에 외국인 주식자금 22조원 넘게 빠져나가며 금융시장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흐름과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 10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22조원 넘는 자금을 순유출했다.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수익성 우려와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상흑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자금이 빠져나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마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10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은 22조1000억원 순유출됐다. 6개월 연속 순유출이다. AI 수익성과 신용불안 관련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메모리주를 순매도했다.

주식자금 이탈은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한국거래소(KRX) 기준 전기·전자 업종에서 17조2000억원, 금융 업종에서 1조1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에서 11조5000억원, 삼성전자 및 우선주에서 4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두 종목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약 15조7000억원으로 16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10월 중순 이후 삼성전자는 외국인 자금 순유입 우위로 돌아선 반면 SK하이닉스에서는 순유출이 이어졌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안에서도 외국인 자금 흐름이 엇갈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2026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614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 461억1000만달러에서 흑자 규모가 확대됐으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상품수지도 627억5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주목할 부분은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가 발표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0포인트(5.28%) 하락한 5383.80에 마감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국내 금융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과 수출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현재의 수출 성과보다 기업의 미래 이익과 글로벌 투자심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의 주식 매매는 기업 실적 전망과 자산 가격, 글로벌 위험 선호 등에 따라 움직인다.

◇ AI 투자 수익성 우려…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실제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와 자금 조달 부담, 메모리 업황 고점 가능성, 중국 메모리 업체의 경쟁 확대 등이 반도체 주식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서버용 D램 생산 및 아키텍처 관련 계획도 경쟁 심화 우려를 자극했다. 다만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관련 우려가 과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트렌드포스는 2027년 중국의 HBM 시장 점유율이 2% 미만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도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와 인프라 구축 지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매도가 확대됐다. 11월 5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5.5%,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 넘게 급락했다.

◇ 韓 증시 휘청한 ‘검은 금요일’…5000선 붕괴·서킷브레이커

국내 증시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6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장중 4911.28까지 밀렸다. 5000선이 무너진 가운데 오전 9시3분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를 1분간 유지하면서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코스피200 선물가격 급락에 따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 불안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외국인은 1조1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한 반면 기관이 6017억원, 개인은 2065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내는 양상을 보였다.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외국인 주식자금의 유입이 곧바로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과 반도체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향후 외국인 자금 흐름의 전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이 현재의 경제 펀더멘털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AI 투자 수익성·업황 전망·글로벌 금리와 위험 선호 등 미래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복귀 여부는 수출 호조의 지속성뿐 아니라 AI 투자 우려 완화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뢰 회복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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