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테슬라 FSD(풀 셀프 드라이빙)와 관련한 분쟁이 공정거래위원회로 번졌다. 앞서 일부 테슬라 차주가 공동으로 제기한 ‘FSD 옵션 비용 환불’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원고(테슬라 차량 구매자) 청구를 모두 기각했는데, 공정위의 판단은 다를지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지난 5일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은 “테슬라코리아가 FSD 운전자보조기능의 출시와 국내 이용 가능성을 표시·광고하면서도, 기술개발‧규제승인의 불확실성과 차량별 이용 제한 등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코리아는 2017년 3월 국내 판매 차량에 대해 ‘자율주행 관련 유료 옵션’인 FSD를 선택할 수 있게 제공했다. 옵션 선택 비용은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00만∼9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9∼2020년 온라인에 게시된 테슬라 차량 주문 페이지에는 FSD를 별도 유료 옵션으로 표시하고, 설명란에 ‘올해 출시 예정’ 문구를 명시했다. ‘올해 출시 예정’ 항목에는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 차로와 저속 주행 차량 추월 등을 포함한 고속도로 진입로 및 진출 차선에서 자동 주행 △교통 신호등 및 정지 표지판을 인지해 작동 △시내에서 자동 주행 3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일부 기능의 ‘올해 출시 예정’ 내용은 2021년에 게시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고 소비자주권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테슬라코리아가 판매한 차량의 FSD 옵션 중 ‘올해 출시 예정’에 포함된 기능은 판매 당시 대부분 사용이 불가했다. 실제로 테슬라코리아는 2019년부터 국내 도로 신호등 및 정지선 인식 기술을 연구했고, 연구는 2024년 연말쯤 마무리돼 2024년 12월 ‘2024.45.32’ 버전 소프트웨어를 배포해 업데이트를 지원했다.
이는 2019∼2021년 테슬라코리아가 신차를 판매하면서 아직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FSD 일부 기능을 ‘올해 출시 예정’이라 표기했음에도 2024년까지는 정상적으로 사용을 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테슬라코리아가 FSD 운전자보조기능을 장기간 유료 옵션으로 판매하면서도, 올해 10월 국정감사 당시까지 정부에 공식적인 시험이나 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테슬라코리아가 국토부나 환경공단 측에 (FSD 관련) 테스트를 공식 요청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FSD 기능 시험을 진행하지도 않으면서 버젓이 FSD 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표시·광고를 해 소비자들은 현혹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차량별로 FSD 기능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코리아가 황운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6일 기준 국내 등록 테슬라 차량의 76.2%는 ‘FSD 운전자보조기능 적용 가능 차량(FSD eligible)’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내에 판매된 테슬라 차량은 24만7,000대 이상으로 집계되는데, 18만8,700여대는 FSD 기능을 적용할 근거가 없는 모델이라는 얘기로, 사실상 FSD 활성화가 제한적인 차량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주권은 대다수의 테슬라 차량이 FSD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차량별 FSD 기능 이용 제한과 기능 제공 시점 등이 불확실한 점을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코리아가 ‘커밍 순(Coming Soon)’ 등 FSD의 국내 도입 예고와 FSD 활성화 차량의 도심 주행 시연 영상 등을 강조하는 표시·광고를 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결한 ‘FSD 옵션 비용 환불’ 관련 민사소송과 이번 공정위 신고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019∼2022년 테슬라 FSD 운전자보조기능 옵션 구매자들이 제기한 계약 해제 및 구매대금 반환청구 사건에서 해당 구매계약을 기술발전과 규제승인을 전제로 한 ‘불확정기한부 계약’으로 판단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소비자주권에서는 이번 민사소송에 대해 FSD 계약 해제와 구매대금 반환책임에 관한 판단일 뿐, 테슬라코리아의 표시·광고가 적법한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비자주권 측은 “기업이 장래 기능의 출시를 예고하며 대금을 받은 뒤, 기술발전과 규제승인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장기간의 제공 지연에 따른 책임까지 면하게 된다면 그 위험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내세워 소비자의 구매를 유인한 기업은 기술발전과 규제승인의 불확실성, 실제 이용을 제한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알려야 하고, 기술 개발 실패와 지연에 따른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는 표시·광고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대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FSD 적용 시점 등의 불확실성을 테슬라코리아가 충분히 알렸는지도 표시·광고법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테슬라코리아가 FSD의 불확실성을 소비자에게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알렸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테슬라코리아가 FSD 국내 공식 시험조차 신청하지 않은 상태를 꼬집으면서 장래 기능의 출시를 예고하고 유료 옵션을 판매한 행위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있었는지 확인을 촉구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거래조건 정보 제공 의무와 기만적인 소비자 유인 금지에 대한 위반 여부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은 “FSD 운전자보조기능의 이용 제한과 제공조건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조사 결과 위법행위가 인정될 경우 광고 중지와 정정광고, 과징금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고의성과 관련 책임자의 관여가 확인되면 형사 고발 여부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에서 테슬라코리아가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형사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정위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중수청에 고발해야 한다. 이 경우 테슬라 차량 구매자들은 공정위 판단을 근거로 테슬라코리아 측에 FSD 보상 관련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정위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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