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은폐’와 관련해 차주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집단분쟁조정 결정을 내렸다. 다만, 벤츠코리아가 소비자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지난 4일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벤츠 전기차 구매자 142명이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분쟁조정과 관련해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정은 벤츠코리아가 공식 수입·판매한 전기차 EQE·EQS 5개 차종에 탑재된 배터리 셀이 중국의 파라시스 제품이었음에도,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알고 차량을 구매했다는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집단분쟁조정은 지난 5월 소비자 53명이 1차 신청을 했고, 이후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신청인이 142명으로 불어났다.
소비자원 위원회는 벤츠코리아가 직접 제작한 차량 판매지침서에 자사 전기차 배터리는 CATL 배터리 셀만 적용되는 것처럼 기재하고, 일부 모델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다는 내용은 누락·은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매지침을 딜러사에 배포하고 직원 교육을 통해 영업에 활용하도록 한 점도 반영됐다. 또한 소비자들은 벤츠코리아 딜러사 직원을 통해 제공된 정보를 믿고 차량을 구매한 것인데,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해 합리적인 구매 선택 기회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판매지침은 실제 영업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핵심 자료인 만큼,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작성하고 안내할 주의의무가 벤츠코리아 측에 있다고 봤다.
1인당 배상액 400만원은 △전기차 배터리가 구동 성능뿐 아니라 안전성과 차량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인 점 △파라시스와 CATL의 시장점유율·인지도·기술력 등에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다. 수입차 소비자가 국내 총판매점이 제공하는 상품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반영했다.
아울러 지난 2024년 8월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도 배상액 산정에 고려됐다. 당시 벤츠 전기차 화재로 인해 파라시스 배터리 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는데,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의 교환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다.
소비자원의 배상 결정문은 지난 3일 오후 벤츠코리아 측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코리아는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조정 결과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당사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
한용호 위원장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정결정이 피해 차주들의 실질적인 권익 구제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며 “한국 소비자의 독일 수입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벤츠코리아가 분쟁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츠코리아가 이번 소비자원의 ‘1인당 400만원 배상’ 결정을 그대로 따를지는 알 수 없다. 앞서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가 전기차 배터리 셀 탑재 정보를 소비자가 실제와 다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광고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112억원 부과 및 검찰 고발 결정했는데, 벤츠코리아는 이에 대해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비자원의 1인당 400만원 배상 조정 결과는 공정위의 판단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이 일부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데, 행정소송이 종결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벤츠코리아가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결정문은 3일 오후 늦게 송달받았고 현재는 내용 확인 중”이라며 “공정위에서도 3월에 비슷한 건으로 판결난 게 있는데 현재 행정소송 절차 진행 중으로, 행정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비슷한 취지로 소비자원에서 1인당 배상액을 결정한 것이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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