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iPhone Duo)’가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23일 출시 직후 미국, 호주, 중국 등에서 화면 파손 사례가 여럿 보고되면서다. 애플 역시 26일 제품 일부 내부 디스플레이의 접히는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품 교체를 안내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애플의 폴더블폰 신제품 모델이었던 만큼 소비자들의 실망도 큰 상황이다. 동시에 폴더블폰에선 ‘선배’격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가 재조명 받고 있다. 갤럭시폴드 역시 출시 초기 내구도 논란이 있었지만 기술 보완을 통해 개선에 성공,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7년 닦은 ‘갤럭시폴드’, 힌지·소재 강화 등으로 기술 도약 성공
현재 ‘인폴딩 폴더블 스마트폰(안으로 접히는 방식)’의 시초가 된 ‘갤럭시폴드(Galaxy Fold)’는 2019년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개발, 당시 자사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총동원해 폴더블폰의 상용화에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첫 번째 길을 가는 만큼 험난했다. 갤럭시 폴드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해외 언론에 제공한 리뷰용 제품에서도 공개 이틀 만에 4건의 고장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번 아이폰 듀오와 동일한 화면 파손 문제였다. 화면 보호막 제거와 힌지 주변 충격, 내부 이물질 유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러 비판에 직면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개선에 나섰다. △화면 보호막을 베젤 아래까지 연장 △힌지 상·하단에 보호캡 추가 △디스플레이 뒷면 메탈층 보강 △힌지와 본체 사이 틈 축소 등 조치를 취했다.
이때 핵심은 ‘힌지(Hinge)’였다. 힌지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화면을 접고 펼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부품이다. 당시 갤럭시폴드는 힌지 상·하단의 노출 부위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거나 기기 내부로 이물질이 유입되면서 디스플레이가 손상되는 문제가 발견됐다. 이를 후속 모델에서 강화, 폴더블폰의 내구성과 주름 현상을 동시에 잡았다.
2023년 출시된 ‘갤럭시Z폴드5’는 ‘물방울 힌지’를 적용,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일반 U자형 힌지는 화면이 완전히 접히지 않고 중간에 공간이 남아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가운데 부분 주름도 크게 남는다. 반면 물방울 힌지는 접히는 부분이 물방을 모양으로 휘어진다. 때문에 접히는 빈 공간을 최소화해, 양쪽 화면이 딱 붙도록 만들어 준다.
폴더블폰 내구성에 있어 힌지의 중요성은 단순 소비자 체험, 기업 평가만이 아닌, 실제 연구 결과로도 증명됐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인천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다.
연구진은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반복 접힘 횟수와 온도, 습도 등 외부 환경이 제품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의 반복적 접힘은 힌지 부품 열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스마트폰처럼 온도변화가 큰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힌지 고장이 디스플레이 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폴더블폰 성장에 ‘힌지 산업’도↑… 글로벌 경쟁 격화
이번 아이폰 듀오의 파손 논란이 힌지 기술과 직결된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애플의 공식 발표는 없다. 다만 내구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힌지 기술력이 폴더블폰 경쟁의 주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이에 따라 힌지 관련 기술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핵심 기업은 ‘KH바텍’이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힌지를 현재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2019년 갤럭시폴드를 시작, 2023년까지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시리즈의 힌지를 사실상 독점 공급했다. 지난 7월 24일 ‘메리츠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갤럭시 Z폴드 8’ 시리즈 제품도 KH바택에서 주력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이폰 듀오를 시작으로 폴더블폰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힌지 산업도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힌지 시장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6,01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대만 등 각국 경쟁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공급망 주도권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경쟁사들의 힌지 사업 영향력 확대는 무서운 수준이다. 특히 중국 ‘환리(Huanli)’는 2024년 삼성전자에 ‘갤럭시 Z 플립6’ 모델부터 납품을 시작했다. 또한 갤럭시 Z 폴드8과 플립8 등 최신 모델에서도 KH바텍과 공동으로 힌지를 공급한다.
미국 ‘암페놀’과 대만 ‘신주싱(Shin Zu Shing, SZS)’ 등도 KH바텍 입장에선 주의해야 할 경쟁사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아이폰 듀오 외장 힌지 공급업체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 보도, 애플 공급망 분석가 궈밍치(郭明錤) 애널리스트 등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 힌지는 신주싱·폭스콘의 합작회사가 약 65%, 미국 암페놀이 35%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치열한 폴더블 힌지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내년이다. 해외 IT 전문매체 ‘새미구루(SammyGuru)’ 등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8년 기존 폴더블폰 모델의 화면을 확대한 프리미엄 모델과 사양을 낮춘 보급형 두 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폴더블 힌지 시장이 커지며 각 공급사간 납품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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