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나오면 드라마도 못 보나…'닥터X' 방영 중단 청원 올라왔다 [MD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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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정민 기자] 드라마에 5·18 민주화운동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까지 등장했다. 불과 한 달 전 영화 '암살자(들)'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이유로 상영 중단 요구에 휩싸인 데 이어 또다시 작품 밖 논란이 작품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2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전날 등록된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은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해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지난 24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 6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것을 문제 삼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뒤 수십 년 동안 후유증을 안고 살아온 오상범(하성광)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어린 나이에 형을 잃은 오상범은 죄책감과 극심한 통증을 안고 살아왔고, 계수정(김지원)이 그의 수술을 맡으며 오랜 상처와 마주했다.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방송 이후 일부에서는 일본 원작에 없었던 5·18 관련 이야기가 한국판에 추가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원인 역시 "5·18은 현재 여야의 시각차 등 일부 부분에서 정치적 논쟁이 이뤄지고 있고 좌우의 견해도 일정 부분 다른 엄연한 '정치적 사안'"이라며 "세부적인 부분에서 정치적 논쟁이 있는 5·18을 뜬금없이 드라마에 활용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작이 의사의 개인적인 능력을 중심으로 다룬 것과 달리 한국판에서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을 국회 증인으로 채택해 제작 과정을 검증하고 방송 심의 관련 기관을 통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하지만 원작에 없던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제작진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 있을까.

리메이크는 원작을 그대로 옮겨놓는 작업이 아니다. 인물도, 시대도, 배경도 달라질 수 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한국에서 다시 만들어지면서 한국의 이야기를 담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닥터X'는 드라마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실제 역사를 가져왔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과 이야기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다.

물론 시청자의 평가는 자유롭다. 5·18을 다룬 방식이 설득력이 없었다거나 극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재미가 없다거나 원작과 달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 불만의 끝이 '방영 중단'이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최근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서 출발했다. 실제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 이면에 또 다른 가능성이 있었다는 설정을 펼쳐냈다.

그러나 개봉 이후 영화 속 설정을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는 제작사와 출연진에 사과를 요구하며 상영 중단을 촉구했고, 정치권에서는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과 해외 영화제 상영 철회 요구까지 나왔다.

영화 속 상상에 현실의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이번에는 드라마다.

'암살자(들)'에는 상영 중단 요구가 나왔고, '닥터X'에는 방영 중단 청원이 등장했다. 소재도, 이를 문제 삼은 이유도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실제 역사를 창작물에 가져왔다는 이유로 작품 밖에서 거센 논란을 맞았다는 점은 닮았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삼았다고 영화가 역사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 5·18이 등장했다고 제작진의 정치적 선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역사를 어떻게 그렸는지는 얼마든지 따져 물을 수 있다. 왜 이런 설정을 택했는지, 그 선택이 작품 안에서 설득력이 있었는지도 비평할 수 있다. 그것이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품 속 설정과 대사가 창작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증하는 근거가 되고,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의 해명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급기야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상영하거나 방영하지 말라는 요구까지 나온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영화가 왜 좋지 않은지 이야기하면 된다. 드라마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납득되지 않는지 이야기하면 된다.

영화는 영화로, 드라마는 드라마로. 작품을 작품으로 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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