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안전과 기초, 가장 빠른 길이죠”

시사위크
기초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초 안전 경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에너지사업은 항시 위험을 안고 있는 폭탄이다. 기자가 만난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의 경영 철학도 ‘기초 안전에 충실하자’다. / 박설민 기자
기초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초 안전 경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에너지사업은 항시 위험을 안고 있는 폭탄이다. 기자가 만난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의 경영 철학도 ‘기초 안전에 충실하자’다. / 박설민 기자

“If you have built castles in the air, … Now put the foundations under them.”

(하늘에 성을 지었다면, 이제 그 아래 기초를 놓아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월든(Walden, 1854)’ 中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모든 일에 있어 ‘기초’는 가장 쉬운 단계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 아무리 원대한 꿈과 계획이라도 이를 뒷받침할 토대인 기초를 등한시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첨단과학기술 등 4차 산업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AI시대, 에너지 산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통신망, 로봇 등에 사용되는 전력 수요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규모도 커졌다. 그럴수록 튼튼한 기초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달려가고 있는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4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 박설민 기자
14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 박설민 기자

◇ 취임식 대신 현장 먼저… 기초·안전 강화의 경영 철학

“안전에는 특별한 왕도가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충실해야 합니다.”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서울에너지공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황보연 사장의 말이다.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되는 에너지 공급 사업에서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는 설명이다.

기본과 원칙,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의 경영철학은 이와 맞닿아 있다. 2024년 12월 취임한 황보연 사장은 2025년 창립 이래 첫 연간 흑자 전환, 사업·경영 분야의 AI 등 첨단기술 도입 등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모든 토대엔 ‘안전경영’이라는 기초가 있었다는 게 황보연 사장의 말이다.

취임 초부터 황보연 사장이 기초 안전 경영 강화에 나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간 서울에너지공사에서는 열수송관 파열과 누수 관련한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2024년 9월엔 목동 공동구의 열수송관 누수가 발생, 약 5만8,682세대 온수 공급이 14시간 동안 중단됐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사고로 주변 상권과 주민들의 불편이 매우 컸다.

황보연 사장은 “취임 직후 공사의 상황을 살펴본 결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의 신뢰 회복이었다”며 “몇 년간 열수송관 누수, 열공급 사고가 반복되면서 주변 시민들은 공사에 대해 ‘과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인가’라는 우려가 발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보연 사장은 취임식보다 먼저 작업 현장을 달려갔다. 그는 “공사의 발전과 시민 신뢰 회복을 위해선 기초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취임식 대신 현장을 먼저 방문했었다”고 말했다. / 박설민 기자
황보연 사장은 취임식보다 먼저 작업 현장을 달려갔다. 그는 “공사의 발전과 시민 신뢰 회복을 위해선 기초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취임식 대신 현장을 먼저 방문했었다”고 말했다. / 박설민 기자

이 같은 피해 확산 및 사고 발생은 기존 서울에너지공사의 안전 관리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열수송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복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대응했다. 이는 소규모 사고에서는 효율적이나 앞서 발생한 목동 공동구 누수와 같은 대형사고 발생 시, 문제 해결과 피해 최소화엔 적합하지 않다.

이에 황보연 사장은 공사의 안전관리 방식부터 바꿨다. 과거 사후 대응 중심의 관리 원칙을 사전 예방 우선으로 교체했다. 안전관리 담당부서에는 열수송관 전 구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취약구간은 보다 세밀하게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보수하는 원칙을 세웠다.

기초 안전에 집중한 결과,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해 3월 5년 만에 동절기 무사고를 공식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사고 예방에 집중한 안전관리 원칙도 효과를 보였다. 대표 사례는 중계동 당현지구대 앞 열수송관 예방보수다. 2024년 12월 22일 2만3,000세대 난방 공급 배관에서 이상징후를 사전에 발견, 수송관을 보수한 사례다. 공사는 시민 안전 및 불편 최소화를 위해 ‘부단수 공법’도 사용했다.

황보연 사장은 “공사의 발전과 시민 신뢰 회복을 위해선 기초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취임식 대신 현장을 먼저 방문했었다”며 “안전은 여러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시민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모든 경영성과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4년 1월 18일 오전 내부 밸브 누수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정가압장에서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들이 복구를 하는 모습. 이 사고로 당시 서울 양천·구로구 일대 3만8000가구에 지역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 뉴시스
지난 2024년 1월 18일 오전 내부 밸브 누수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정가압장에서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들이 복구를 하는 모습. 이 사고로 당시 서울 양천·구로구 일대 3만8000가구에 지역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 뉴시스

◇ 안전경영에 경제성까지… AI·자율주행으로 혁신 가속

황보연 사장의 단순 주장이 아닌, 산업계 기초 안전은 경영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국제사회보장협회(ISSA)·독일법정재해보험(DGUV) 연구진은 2013년 19개국 337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경제적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예방 투자 비용 대비 얻는 경제적 편익은 2.2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해 1억원의 안전 비용을 투자하면 2억2,000만원의 회사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기업의 안전 예방 활동은 기업의 비용 지출을 수반하지만 동시에 사업적 이익을 위한 중요한 투자”라며 “산업재해 및 직원·사회 위험 간소는 기업 운영 중단, 사고 수습 등의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층 단단해진 안전 경영을 바탕으로 공사는 올해 첫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 1월 26일 서울에너지공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는 당기순이익 약 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창업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황보연 사장은 기초와 안전 확보가 실제 경영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황보연 사장은 “사고 발생에 따른 복구 비용, 열공급 중단 피해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경제적 경영은 안전관리 강화”라며 “안전을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공사의 안전경영이 기초적 관리 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AI, 자율주행기술 등을 적극 도입, 안전관리 체계의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AI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28년까지 추진되는 이 계획은 3년간 약 40억8,000만원 규모 예산을 투입, 공사 운영 안전과 관련한 4대 핵심과제와 10개 세부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다.

서울에너지공사는 ‘AI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28년까지 추진되는 이 계획은 3년간 약 40억8,000만원 규모 예산을 투입, 공사 운영 안전과 관련한 4대 핵심과제와 10개 세부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다. 사진은 공사 내부 시설 모습. / 박설민 기자
서울에너지공사는 ‘AI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28년까지 추진되는 이 계획은 3년간 약 40억8,000만원 규모 예산을 투입, 공사 운영 안전과 관련한 4대 핵심과제와 10개 세부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다. 사진은 공사 내부 시설 모습. / 박설민 기자

계획에 따르면 공사는 광섬유 센서와 IoT 청음센서를 활용, 누수 이상징후를 조기에 찾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AI기반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한 열수송관 점검시스템이다. 현재 공사는 자율주행차가 열수송관 주변을 순찰하며 이상징후를 자동 측하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은 협력사와 테스트베드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황보연 사장은 “기존에는 직원 2명이 한 조를 이뤄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차량으로 열수송관을 매일 순찰했다”며 “그러나 사람이 직접 온도 변화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이상징후를 놓치거나 점검 결과가 누락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율주행 차량이 정해진 경로를 반복 주행하면서 주변 온도와 열수송관의 이상징후를 자동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인력 및 행정비용 절감, 점검 정확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업현장, 임직원 안전을 위한 AI기술도 도입 중이다. AI CCTV를 활용, 현장서 발생하는 위험을 실시간 감시한다. 또한 열원시설에서는 AI 기반 열수요 예측과 사용자시설 진단, 보일러 화염감시 등을 통해 설비 운전의 안전성도 높이고 있다.

또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작업자 안전 확보도 준비 중이다. 위치추적, 건강체크가 가능한 스마트 안전밴드를 도입, 작업자의 쓰러짐이나 위험 상황을 신속 감지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손목시계 형태의 안전밴드로 긴급 SOS 구조 요청 및 관제·문자·진동 3중 알림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연 사장은 “AI는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위험신호를 더 빠르고 정밀하게 찾고, 최종적인 판단과 조치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이 맡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현장의 경험과 기술의 분석능력을 결합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공사가 지향하는 스마트 안전관리”라고 말했다.

황보연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인재 양성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사업 추진, AI 전문인력 신규 채용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 박설민 기자
황보연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인재 양성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사업 추진, AI 전문인력 신규 채용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 박설민 기자

◇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AI 역량까지… 미래 경쟁력 강화

안전경영을 기반으로 경영 정상화 발판을 마련한 황보연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때 주목하는 분야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적용한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은  서로 다른 파장대의 빛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한다. 때문에 기존 태양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 실제로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시스템 연구소(ISE)에 따르면 탠덤셀은 기존 실리콘 상용 태양광 모듈 대비 전력 생산 효율이 22.7% 높았다. 연구소 최대 효율로는 35.5%까지 차이가 났다.

황보연 사장에 따르면 공사와 서울시, 한화큐셀과 협력, 탠덤셀의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서울시의 공공시설을 신기술 실증을 위한 시험대로 활용하고, 기술 상용화 이후 보급 확대까지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사가 맡은 역할은 기술 실증과 보급 확대다.

황보연 사장은 “서울시가 보유한 하수처리장 등 대규모 공공시설을 실증 장소로 활용하고 공사가 기술 검증과 보급 확대를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실제 운영환경에서 기술의 성능을 확인한 뒤 상용화 가능성을 평가한 후 향후 사업 확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은 서로 다른 파장대의 빛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한다. 때문에 기존 태양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 공사와 서울시, 한화큐셀과 협력, 탠덤셀의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사진은 독일 함부르크 지역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시설. / 박설민 기자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은 서로 다른 파장대의 빛을 흡수해 전기로 변환한다. 때문에 기존 태양전지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 공사와 서울시, 한화큐셀과 협력, 탠덤셀의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사진은 독일 함부르크 지역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시설. / 박설민 기자

아울러 황보연 사장은 AI 등 첨단 기술 분야 전문 인재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사는 AI 전문인력 신규 채용을 추진하는 동시에 내부 직원 약 10명을 선발해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목표는 AI를 활용, 직원들이 각자 담당하는 업무에서 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내부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AI 활용 분야로는 ‘열 수요 예측 시스템’을 꼽았다. 기존에는 숙련된 운전원들이 경험과 과거 기상정보 등을 바탕으로 열 생산량을 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날씨와 시설별 에너지 사용량 등을 분석해 24~48시간 뒤의 열 수요를 예측하도록 한다는 것이 황보연 사장의 설명이다.

황보연 사장은 “AI 기반의 열 수요 예측를 도입해 공사는 예측 오차율을 5% 이하 수준으로 낮추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1% 절감하는 것이 목표로 성공한다면 연간 약 3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기술을 도입하는 것만큼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외부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설비와 업무 특성에 맞게 AI를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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