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정부가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하는 임신중지약물 ‘미프진’이 국정감사 시험대에 올랐다.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허가 지연이 오히려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반론이 맞서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식 도입을 통한 제도권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안전성 검증과 사후관리 대책에 대한 설명은 미흡해 도입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미프진 안전한가… 미국 보고서 신뢰도 도마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는 미프진 도입에 앞선 안전성 검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먼저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윤리공공정책센터(EPPC)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미국 보험청구 자료 분석’ 보고서를 제시하며 미프진의 안전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2017~2023년 미프진을 이용한 임신중지 사례 86만 5,727건을 분석한 결과, 45일 이내 중대한 이상사례가 발생한 비율이 10.9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EPPC는 이러한 비율이 미프진의 약품 라벨에 기재된 이상반응 발생률(0.5% 미만)보다 최소 22배 높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안전관리 강화와 약물 승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이런 보고서가 있으면 식약처장으로서 엄격하게 안전성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외국 임상시험 결과를 국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가교시험의 필요성을 추궁했다.
가교시험 요구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인종이나 국가별로 특별한 이상반응이 생긴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젊은 여성들이 부작용이 심한 약을 불법적으로 처방받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이 같은 사각지대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기된 위험을 보건당국 차원에서 어떻게 평가했는지, 가교시험 없이도 안전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의원이 근거로 내세운 EPPC 보고서의 신뢰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학술논문이 아니며 분석자료와 방법론의 검증 가능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FDA가 축적한 임상시험과 안전성 평가자료보다 더 과학적인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오 처장도 보험청구 자료만으로 약물과 이상사례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내년 1분기 도입 목표인데 … 품목허가 일정도 불투명
미프진의 안전성을 둘러싼 공방은 품목허가 지연에 따른 위험으로 연결됐다. 남 의원은 미프진의 정식 도입이 미뤄지는 동안 여성들이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조속한 허가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어느 의약품이든 부작용은 있다”며 “이를 의료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처장은 허가 지연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날 오 처장은 미프진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도입 필요성과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안전관리 준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품목허가 완료 시점도 업체의 보완자료가 제출되는 대로 꼼꼼하게 심사하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정부가 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허가 심사와 의료체계 구축 등을 언제까지 마칠지에 대한 타임라인은 이날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만희 복지위원장은 식약처에 보다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한 건이라도 사용자들의 안전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식약처는 조금 더 보수적인 스탠스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약물의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더라도 위험을 제기한 자료까지 면밀히 검토한 뒤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어 그는 “가교임상이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식약처 국정감사는 미프진의 도입 필요성과 실제 사용 과정의 안전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과제를 드러냈다. 식약처는 해외 임상자료를 근거로 약물의 안전성과 제도적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사후관리와 대책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 1분기라는 도입 목표에 맞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과학적 근거와 심사 원칙에 따라 안전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를 얼마나 충실히 갖출 수 있을지가 식약처의 책임 있는 도입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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