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직 유지 가능”… 서울대 교수에 날아온 中 ‘9억원 러브콜’

시사위크
최근 국내 주요 대학교 교수들에게 중국 국가급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는 이메일이 발송되고 있다. 거액의 연구지원금과 생활 보조금 등 내용이 제시됐다. 특히 기존 교수직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최근 국내 주요 대학교 교수들에게 중국 국가급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는 이메일이 발송되고 있다. 거액의 연구지원금과 생활 보조금 등 내용이 제시됐다. 특히 기존 교수직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인재 확보 움직임이 국내 대학가로 향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대학교 교수들에게 중국 국가급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것이다. 이메일에는 거액의 연구지원금과 생활 보조금 등 내용이 제시됐다. 특히 기존 교수직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최근 심화 되고 있는 국내 핵심 과학기술인재 유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대 교수에 온 이메일, 중국 정부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이었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소속 교수에게 중국의 ‘QM 프로그램(계명계획·启明计划)’ 이메일이 발송됐다. 지난 10일 발송된 해당 이메일의 발송 소재는 중국 선전 소재 인재 유치 업체 ‘밍위안(Mingyuan)’다.

밍위안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둔 민간 과학기술 창업·인재 유치 전문기업이다. 지난 2019년 11월 설립됐다. 현재  중국 국가급 해외 인재 유치 사업 ‘계명계획(启明计划·Qiming Plan)’을 담당한다. 중국 정부기관 자체는 아니지만 해외 과학기술 인재를 중국 기업·연구기관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실제 밍위안은 중국 정부의 인재 양성 관련 사업을 수행했다. 지난 8월 14일 ‘중국 하이커우시 공공자원거래센터’가 공개한 조달 공고에 따르면 밍위안은 중국 혁신창업대회 의료기기 분야 행사 운영 사업을 139만9,000위안에 수주했다. 한화 2억8,079만원 규모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소속 교수에게 중국의 ‘QM 프로그램(계명계획·启明计划)’ 이메일이 발송됐다. 지난 10일 발송된 해당 이메일의 발송 소재는 중국 선전 소재 인재 유치 업체 ‘밍위안(Mingyuan)’다. 사진은 실제 이메일 내용. / 사진=제보자 제공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소속 교수에게 중국의 ‘QM 프로그램(계명계획·启明计划)’ 이메일이 발송됐다. 지난 10일 발송된 해당 이메일의 발송 소재는 중국 선전 소재 인재 유치 업체 ‘밍위안(Mingyuan)’다. 사진은 실제 이메일 내용. / 사진=제보자 제공

이번 이메일을 통해 밍위안이 소개한 계명계획은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시작한 국가급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 사업이다. 해외 우수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중국 기업·연구기관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공동 추진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파격적인 지원 조건이다. 이메일에 따르면 계명계획에 선정된 연구자에게는 개인 지원금 40만달러, 중국 내 주택 구입 보조금 10만달러, 3년간 연구비 20만달러 등 총 70만달러(한화 약 9억원) 규모의 지원 혜택이 제시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고급인재 자격인 ‘B급 인재(Class B Talent)‘ 지위를 부여하고 연구개발 프로젝트 참여와 창업, 행정 절차 등에 대한 지원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지원금의 구체적인 지급 요건과 실제 지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기존 직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측과 협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밍위안 측은 이메일에서 “현재 직장을 그만두거나 즉시 중국으로 이주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다. 선정 이후 3년간의 검토 기간이 주어지며, 이 기간 중국 협력기관과 시간제·전일제 근무 또는 자문 형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 기존 연구활동을 이어가더라도 선정된 자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원 절차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우선 연구자가 이력서(CV)를 제출하면 밍위안이 전문 분야와 경력을 검토해 적합한 중국 내 협력기관을 연결한다. 이후 중국공정원 소속 원사 등 전문가의 사전 검토를 거쳐 구·성급 인재 담당기관과 공업정보화부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함께 첨부된 사업 소개자료에는 중국 기업과의 공동연구뿐 아니라 기술이전, 특허 라이센스, 연구성과 상용화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을 통한 국내 첨단기술 연구성과의 해외 이전 가능성과 관련 관리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밍위안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둔 민간 과학기술 창업·인재 유치 전문기업이다. 지난 2019년 11월 설립됐다. 현재  중국 국가급 해외 인재 유치 사업 ‘계명계획(启明计划·Qiming Plan)’을 담당한다. 사진은 서울대 교수 측에 전달된 프로그램 참여 제안서. / 사진=제보자 제공
밍위안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둔 민간 과학기술 창업·인재 유치 전문기업이다. 지난 2019년 11월 설립됐다. 현재  중국 국가급 해외 인재 유치 사업 ‘계명계획(启明计划·Qiming Plan)’을 담당한다. 사진은 서울대 교수 측에 전달된 프로그램 참여 제안서. / 사진=제보자 제공

◇ 반도체부터 원자력까지… 쏟아지는 중국 ‘러브콜’

사실 과학자들이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 제안을 받는 것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역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 및 학계에서 해외 연구자들을 초빙교수나 연구원으로 영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단순한 해외 연구자 초빙이나 학술 교류와는 다른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측이 거액의 금전적 지원을 제시했다. 기존 국내 연구기관의 직위를 유지한 채 중국 기업·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특히 첨부된 사업 소개자료에는 공동연구뿐 아니라 기술이전, 특허 라이선스, 연구성과 상용화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돼 있다. 즉, 국가 핵심 기술의 경우 자칫 기술유출로 이어질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결과, 이번 서울대 공대에서 이메일을 받은 교수 중 2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과 원자력·방사선 관련 전문가였다. 모두 법적 보호를 받는 ‘국가핵심기술’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0월 개정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 AMOLED 패널 제조기술, 일부 원자력 관련 기술 등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특히 이메일을 받은 A교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플라즈마 물리 및 인공지능(AI) 기반 공정기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플라즈마를 이용한 정밀 식각 공정과 플라즈마 정보 기반 AI 기술을 연구 중이다. 또한 교수 임용 전까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표 기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런 제한을 받은 것이 저 서울대 뿐만 아니라 주요 다른 대학교 교수들, 연구기관 연구원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과학자들의 대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높은 보상을 미끼로 중국이나 해외서 국가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밍위안 측 제안이 실제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연구원, 교수들이 제안을 거절했고, 아직 모집 제안 단계일 뿐이다. 다만 이처럼 고액의 파격적 조건을 건 인재 영입 제안이 지속될 경우 한국 과학기술연구에 악영향이 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대 연구팀은 지난해 해외 인재 영입이 중국 과학기술 발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국적 기업 활동과 해외 인재를 통한 기술 확보가 없었을 경우, 현재 대비 아이디어 자산이 3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창신메모리(CXMT)’, ‘화웨이’ 등 기업의 첨단기술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국내 과학자들에 대한 ‘러브콜’을 막기 쉽지 않다. 단순히 ‘컨택’만해도 8억원 가까운 규모의 금액을 제시하는 중국 측 제안은 과학자들과 교수들에게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 될 수 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중국의 국내 과학자들에 대한 ‘러브콜’을 막기 쉽지 않다. 단순히 ‘컨택’만해도 8억원 가까운 규모의 금액을 제시하는 중국 측 제안은 과학자들과 교수들에게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 될 수 있다. / 사진=박설민 기자

◇ 연봉 10배 수준의 ‘보너스’… 국가 인재 유출 막을 대책 시급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국내 과학자들에 대한 ‘러브콜’을 막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는 지난 8월 중국 정부 정책문서 57건과 해외 연구자 모집공고 5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은 단순 연구비 지원을 넘어 거액의 개인 보조금 지급, 주거·의료·교육 혜택, 체류 지원 등을 결합돼 있었다.

반면 국내 연구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2023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2,173만원, 부교수는 9,962만원, 조교수는 8,848만원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정규 연구직의 평균 연봉은 8,014만원으로 집계됐다. 즉, 단순히 ‘컨택(contact)’만해도 8억원 가까운 규모의 금액을 제시하는 중국 측 제안은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 될 수 있다.

관련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의재로 제시됐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이공계 인력 유출입 실태조사는 주기가 느려, 빠르게 변하는 첨단인재 이동을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이공계지원법에 따르면 인재 관련 정기 실태조사는 3년마다 이뤄진다.

서천호 의원은 “AI를 포함, 과학기술 인재는 몇 달 사이에도 국가와 기업을 옮기고 있으나 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이뤄져 인재 유출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인재를 몇 명 양성했는지를 넘어, 누가 왜 떠나는지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연구환경과 일자리를 정책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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