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투쟁의 수위를 높이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노랑봉투법 시행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모범사례’라는 칭찬을 들었던 곳이 극심한 갈등에 휩싸인 모습이다. 쟁점인 ‘사용자성’을 둘러싼 입장 차가 현격한 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통령 칭찬 이면 지속된 갈등… 결국 고공농성으로
“한화오션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다. 감사드린다. 이런 사례가 많이 확산하면 좋겠다.”
지난 3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상생 협력의 씨앗, 모두의 성장으로 꽃피우다’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였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시행에 돌입하는 날, 한화오션을 ‘모범사례’로 추켜세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 및 점거 농성을 벌인 하청노동자를 향해 제기했던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해 10월 전격 철회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을 적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의 후속 조치로 올해 초 열린 ‘한화오션 원·하청 상생 협력 선포식’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칭찬’ 이후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화오션 사업장을 찾아 “상생협력의 모범”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6명이 공장 지붕과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거듭 ‘모범사례’라고 칭찬했던 곳에서 극심한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대통령이 한화오션을 칭찬한 그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속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당일 한화오션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이에 따른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하면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 포함시키고 웰리브지회는 제외했다.
이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경남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했고, 경남지노위는 웰리브지회도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이를 기각했고, 앞서 지노위에서 판단을 유보했던 사용자성도 인정했다. 그러자 한화오션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제기된 소송이었다. 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 교섭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노조는 천막농성을 이어왔다. 지난 7월엔 경남지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가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렇게 투쟁을 이어오던 노조가 결국 고공농성에 돌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노조는 한화오션이 교섭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노란봉투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향해서도 책임을 묻고 있다.
◇ 노란봉투법 범위 둘러싼 시각차… 상당한 파장 예고
이번 갈등의 본질적인 쟁점은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성 인정 범위로 볼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며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웰리브지회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고, 중노위의 판단도 같다. 반면, 한화오션은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웰리브는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단체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근무복 세탁, 샤워실 등 시설관리를 맡고 있다. 노조와 중노위는 이 같은 업무가 한화오션 사업 영위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이며, 특히 노후시설 및 설비 개보수 등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한화오션의 협조 및 승인이 필요하고 웰리브 단독으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화오션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웰리브는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위탁사업을 영위 중인 독립된 법인이고, 종속적인 관계에 있지 않아 구조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가운데 노후시설·설비 개선이라는 웰리브지회의 교섭 의제를 받아들일 경우 노란봉투법에 따라 무조건 교섭 의무가 생기게 되고, 쟁의행위 발생 등으로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웰리브의 탄생 배경과 지나온 과정도 양측의 입장차를 키우는 요쇼다. 웰리브는 2005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다. 주력사업에 집중하고, 비주력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후 웰리브는 확실한 일감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 시켜나가며 연 매출 2,000억원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불어닥친 커다란 위기가 중대 변곡점이 됐고, 웰리브는 2017년 사모펀드로 매각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오랜 기간 산업은행 관리 하에 있다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돼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외주화’ 측면을, 한화오션은 ‘독립성’ 측면을 각각 주목한다.
키를 쥐고 있는 건 법원이다. 특히 이번 갈등은 단순히 특정기업 내의 노사갈등이 아닌, 새롭게 시행된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 경영계의 엇갈린 해석이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결과에 따른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이번 사안에 대한 중노위의 결정이 내려진 뒤 입장문을 내고 “중노위 결정은 정부의 공식 해석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하며 “직접 생산공정에 참여하는 원·하청 관계를 넘어 지원·협력업체까지 단체교섭 상대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산업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중노위는 “도급·위임계약 관계에서의 일반적 지시권 행사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총이 예로 든 해석지침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본질적인 쟁점과 함께 당장 불거진 노조의 고강도 투쟁의 향방도 주목된다. 갈등과 진통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원청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실질적인 교섭이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등을 묻기도 했다. 앞서 한화오션을 ‘모범사례’로 꼽았던 만큼 이 같은 상황은 정부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의 입장 또한 강경하다. 한화오션은 1일 입장문을 내고 “가동 중인 필수 생산시설인 크레인 점거에 돌입한 것은 통상적인 쟁의행위의 정당성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 불법점거에 해당한다. 명백한 노조법 위반이자,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도 있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협력사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상생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되, 불법 행위 그리고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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