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티앤씨재단 등 공익법인에 지원한 후원금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법률 대리인이 주장한 이른바 ‘동거인 1000억원’ 산정액에 포함돼 여론화된 가운데, 실제 재단에 귀속된 기부금 대부분은 장학·교육·복지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 관장 측이 ‘1000억원’의 수혜자로 지목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도 재단에 3억4551만원을 직접 출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희영에게 쓴 돈’이라는 공개 발언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포인트경제가 티앤씨재단의 연도별 공익법인 결산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설립 이후 2025년까지 재단이 받은 기부금은 약 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본재산으로 정기예금에 편입한 10억원 등을 제외한 약 161억원이 공익목적사업에 사용됐다. 전체 기부금의 약 88%에 이른다.
운영경비 등을 포함한 같은 기간 전체 지출액은 약 188억원으로 기부금 총액보다 많았다.
최 회장이 티앤씨재단에 자금을 출연하거나 후원한 사실 자체와 별개로 실제 돈의 귀속 주체는 동거인인 김 이사 개인이 아닌 공익법인이었으며, 기부금 상당액의 최종 사용처 역시 재단의 공익사업이었던 셈이다.
△최태원 회장, 낸 돈 맞긴 한데…’종착지’는 장학·교육·복지사업
이는 노 관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2023년 11월 언론을 통해 공개한 ‘1000억원’ 주장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당시 노 관장이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뒤 “김 (전) 이사장에게 2015년 이후부터 건너간 금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 회장 측에 따르면 이 변호사가 산정한 금액에는 티앤씨재단에 지급된 133억원을 비롯해 어린이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공익기관에 지원한 기부·후원금도 포함돼 있다.
최 회장 측은 후원금의 상당액의 출처가 최 회장인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태원이 지출한 돈’과 ‘김희영 개인이 받은 돈’을 같은 개념으로 억지로 묶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 관계자는 “어린이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티앤씨재단 등에 지급된 재원은 긴급구호와 장학·교육·복지 등 공익사업에 사용됐다”며 “공익목적으로 재단이나 기관에 지원한 후원금까지 특정 개인에게 증여한 돈처럼 합산하는 것은 자금의 성격과 실제 사용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에 출연된 돈은 개인에게 직접 건넨 현금이나 재산과 법적 성격도 다르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기도 하다.
재단법인에 출연된 재산은 법인 설립 이후 법인 재산으로 귀속되고 정관과 관련 법령에 따라 공익목적사업에 사용된다. 특히 기본재산의 처분이나 용도 변경 등에는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재단 임원이 개인 자산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과는 구조가 다르다.
티앤씨재단의 실제 결산자료에서도 이 같은 자금 흐름이 확인된다. 재단으로 유입된 기부금의 88%가량이 실제 공익목적사업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재단 지원액 전체를 김 이사 개인에게 돌아간 경제적 이익으로 산정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영 이사, 재단에 총 3억4551만원 출연…보수는 받지 않아
재단 공시에서는 김 이사 자신이 직접 출연자로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출연자 및 이사 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를 보면 김 이사는 한 해 3억원을 재단에 출연했고 다른 연도에도 4551만8925원을 출연했다. 명세서상 확인되는 금액은 총 3억4551만8925원이다.
재단 운영을 통해 별도의 급여를 받은 정황도 서류상 없다. 김 이사는 재단 설립 이후 이사장으로 활동했지만 재임기간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비상근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액수 자체만 놓고 보면 최 회장이 재단에 지원한 금액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김 이사가 재단으로부터 급여나 보수를 받은 직접 수혜자라기보다 자신도 출연금을 내고 무보수로 운영에 참여했다는 점은 최 회장의 재단 출연금 자체를 김 이사의 경제적 이익으로 환산하는 것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재판 과정에서 금융거래 내역을 토대로 김 이사와 함께 사용한 생활비가 문제의 발언 당시 약 20억원이었다고 소명했다. 반면 이 변호사의 1000억원 산정에는 공익재단 출연금뿐 아니라 성격이 다른 여러 자금이 포함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특히 이 변호사는 노 관장 측 재산분할 소송대리인으로 직접 재판에 참여한 만큼 관련 금융거래와 재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최 회장 측이 최근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하면서 ‘1000억원’이라는 숫자의 허위성뿐 아니라 이 변호사가 개별 지출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를 문제 삼는 이유다.
반론도 있다. 이 변호사 측은 해당 금액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산정됐고 회계사 검토도 거쳤다는 취지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역시 최근 이 변호사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허위임을 인식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다만 공익법인 결산자료 등으로 보면 ‘1000억원’에 포함된 재단 출연금의 실제 성격과 사용처는 보다 분명해졌다. 최 회장이 후원금을 냈지만 해당 자금은 공익법인에 귀속됐고, 대부분 장학·교육·복지 등 공익사업에 집행됐다. 김 이사 역시 재단에 직접 돈을 출연하고 보수를 받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자금의 최종 용처와 실제 수혜자가 명확하게 확인되는 상황에서 이를 특정 개인에 대한 사적 증여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법인 전문 한 변호사는 “출연금이나 기부금은 일단 재단에 귀속되면 공익법인 관련 법령에 따라 관리되는 재산으로, 특정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실제로 장학이나 교육·복지사업 등에 사용된 돈까지 특정 개인에게 ‘수백억원을 퍼줬다’는 식의 사적 증여 프레임으로 묶는다면 왜 그렇게 봐야 하는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의 최종 사용처와 수혜자가 확인되고 있는데도 이를 특정 개인이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포괄해 표현했다면, 단순한 계산 방식의 차이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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