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계열사 매각과 흡수합병을 통해 3년째 고강도 리밸런싱(사업재편)을 진행 중인 SK그룹이 마지막 퍼즐로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과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흡수합병을 두고 주주 설득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금융감독원이 주주 소통 부족 등을 이유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데 이어, 이번 합병가액이 2021년 SKIET 공모가보다 80% 넘게 낮아지면서 주주 반발까지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정정명령으로 SK이노베이션의 SKIET 흡수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효력이 즉시 정지됐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2월 4일까지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며,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면 자본시장법 제122조 6항에 따라 신고서 자체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현재 예정된 최종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일 SK이노베이션의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엔 정정신고서 제출을, SKIET의 주요사항보고서엔 정정명령을 각각 내렸다. 투자자 판단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불충분·불분명하고, 일반 주주와의 소통 부족 문제가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지난 14~15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에서 잇달아 대면 주주간담회를 열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제3자 매각, 자금 대여, 지분 출자,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모두 검토했지만 합병만이 근본적 해법이었다고 강조했다. 매각은 매수인 확보에 시간이 걸려 단기 재무위험 해소에 부적합한 한편, 자금 대여·지분 출자는 각각 부채 부담과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주와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SK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뒤 2021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공모가 10만5000원으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상장 5년 만에 모회사로 다시 흡수되는 이번 합병에서 합병가액은 공모가 대비 85.9% 폭락한 1만4783원으로 책정됐다. 상장 당시에는 성장성을 앞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 부진 이후에는 모회사로 다시 편입하는 수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SK이노베이션 합병가액은 12만5862원, 합병비율은 1대 0.1174540이다.
또 SKIET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받을 수 있는 가격은 합병가액과 비슷한 1만4620원으로, 장기간 주가 하락을 견뎌온 주주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선택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신주 448만여 주가 새로 발행돼 기존 주주 지분이 약 2.6% 희석되는 데다, 합병 후에는 SKIET의 적자가 지배주주 순이익에 전부 반영되기 때문이다. LS증권은 이런 부담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 투자의견을 ‘보유’로 낮췄으며,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과거 물적분할 때 기존 주주가 분할 법인 주식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사업 부진 부담을 신주 희석 형태로 다시 떠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선 이번 흡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주 발행 규모가 발행주식 총수의 2.6%(448만1300주)에 그쳐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하고, 6월 말 기준 지분율이 SK㈜ 등 최대주주 측 지분이 50%가 넘어 무산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제동은 SK그룹이 추진 중인 리밸런싱과 향후 사업 재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어느 수준의 절차와 설명이 요구될지 판단하는 선례로 남을 수 있어서다.
SK그룹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계열사를 상대적으로 우량한 계열사에 흡수해 사업과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업 재편을 진행해 왔다.
실제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2조6308억원에 매각했고, SK바이오팜 지분은 1조2500억원, 환경 자회사 3곳은 KKR에 1조7800억원, SK오션플랜트는 디오션자산운용에 4100억원에 각각 넘겼다. SK실트론은 두산에 매각했으며, SK스토아는 라포랩스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합병에도 속도를 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SK어드밴스드, SK가스와 SK어드밴스드, SK에코플랜트와 SK에코엔지니어링 등이 그 예시다.
이 과정에서 SK㈜의 부채비율은 172.8%에서 135.7%로, 순차입금은 63조원에서 49조5000억원으로 각각 개선됐으며, 2024년 219개였던 계열사 수는 올해 5월 151개로, 2년 새 68개가 정리됐다.
문제는 전환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쪽과 부담을 지는 쪽이 확연히 나뉜다는 점이다. 최대주주인 SK㈜는 그룹 전체 밸류업의 수혜를 누리는 반면 지분 희석과 적자 자회사 흡수 부담은 일반주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측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를 통해 약 3년 뒤 흑자전환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배당·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늦어도 연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본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회사가 절차적 공정성과 거래 조건의 합리성을 일반 투자자에게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며 “정정신고서에 담길 보완 내용과 연내 발표 예정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 간극을 얼마나 메우느냐가 남은 절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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