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중 하나인 결혼사진 촬영과 드레스 선택은 결혼식 준비과정의 ‘꽃’이라 여겨진다. 일생 가장 아름다운 날로 꾸며줄 드레스와 턱시도를 고르고, 영원히 남을 결혼사진을 찍는 등 꿈꾸던 결혼식을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설렘 가득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혼식과 신혼여행도 그렇지만 이 과정 역시 신랑신부 두 사람에게 오랜 추억으로 남곤 한다.
그러나 장애인에겐 이 과정에서도 여러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비장애인들의 고민이 어떤 게 예쁘고 비용이 합리적인지 정도라면, 장애인들은 그에 앞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지’부터 계속 따져봐야 한다. 결혼식 준비과정의 꽃을 피우는데 있어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이다.
선천성 근육병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김혜미 씨는 자신이 원하는 드레스를 미처 만나지도 못한 채 포기해야 했다. 평소 마음에 둔 드레스샵 있었지만, 매장 입구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로 진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김혜미 씨는 웨딩플래너로부터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드레스샵을 우선 조건으로 추천받아 ‘드레스 투어’를 해야 했다. 그마저도 장애인 화장실까지 갖춰진 매장은 찾기 어려웠다.
김혜미 씨는 “웨딩플래너의 도움으로 휠체어 이동 접근성이 괜찮은 곳으로만 드레스 투어를 했지만,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화장실까지 갖춘 곳은 없어 휠체어로 갈 수 없는 화장실은 친구나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며 “예식장 뿐 아니라 드레스샵이나 메이크업샵, 스튜디오 등도 장애인 시설은 물론, 관련 정보조차 없는 게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예비신부는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선 손끝의 촉각에 의지해 소재와 장식, 형태를 하나하나 파악한 뒤 전체적인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내야 한다. 형체를 확인하기 위해선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이때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심지어 장애로 인해 불가피한 확인 방법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여러 벌의 드레스를 비교하는 데에는 더욱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각장애인 이은주(가명) 씨는 “원하는 드레스를 예약하려면 1시간 안에 답을 줘야 한다고 했는데 너무 촉박했다”며 “사진을 찍게 해주기는 했지만, 각각 어떤 특징과 분위기의 드레스인지 말로 설명을 해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부부인 최현수(가명) 씨 부부도 “드레스 투어를 두 군데 갔었는데, 한 곳은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줬지만 다른 한 곳은 시각장애인인 걸 알고 태도가 돌변했다”며 “촉각으로 드레스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만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고, 디자인이 유출된다는 이유로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어려움은 비단 드레스 뿐 아니라 턱시도나 부모님 예복, 예물 등을 선택할 때에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날을 기록하는 결혼사진도 장애인에겐 고려사항과 제약이 적지 않다.
농인부부이자 국제부부인 김도영 씨 부부는 결혼사진을 한국에서 야외 스냅으로 찍고 싶었지만, 소통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수어통역사를 대동하려면 가뜩이나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데 추가 비용까지 들었고, 그마저도 외국인인 아내의 소통 문제까지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아내의 나라인 일본에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도 겸하며 야외 스냅 결혼사진을 찍었다.
김도영 씨 부부는 “소통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일본 스냅 촬영 업체 직원들이 직접 자세를 취해 주거나 글자로 알려주는 등의 준비를 해오고, 수어가 조금 가능한 직원도 있어 별 문제 없이 잘 찍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야외 결혼사진 촬영을 선택지에 두기 어려운 건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이동을 도와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혼한 시각장애인 김아라 씨는 “남편 동생이 결혼하면서 야외 결혼사진을 찍은 걸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며 “시각장애인 부부가 야외에서 결혼사진을 찍으려면 각각 도와줄 사람이 더 있어야 하고, 포즈나 시선 처리 같은 것들을 소통하는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튜디오 촬영에서도 장애인들이 겪는 남모를 어려움이 적지 않다. 시각장애인 배희진 씨는 “스튜디오 촬영 시각 전에 ‘이쪽, 저쪽’이나 ‘이렇게 해보세요’ 같은 말 대신 ‘2시 방향’이나 ‘30도 아래로’ 등으로 말해달라고 미리 요청드려야 했다”고 말했고, 뇌병변장애인 김소리 씨는 “정해주는 포즈를 자연스럽게 취하기 어려웠고, 안되는 것도 있었다.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때로는 장애에 대한 이해 및 소통 부족이 아쉬움을 낳기도 한다. 휠체어에 앉아 촬영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친구들과 함께 여러 곳의 시안을 비교한 뒤 스튜디오를 선택한 지체장애인 김혜미 씨는 “바닥에 앉아서 촬영하는 게 가능한데, 가능한 줄 모르고 바닥에서 찍는 건 다 제외하고 촬영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저 여기 바닥에서도 하고 싶어요’라고 먼저 이야기해 촬영을 진행했다”면서 “스튜디오에서 사전에 촬영 가능한 자세나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고, 저 역시 할 수 있는 것이나 필요한 도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등 함께 소통해서 준비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회상했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난관은 계속된다. 수많은 사진 중에서 최고의 사진을 고르는 건 기본적으로 아주 고민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시각장애인 배희진 씨는 “사진을 고르는 과정이 어렵다는 악명을 많이 듣고 갔는데, 평범한 모니터로 1시간 내에 수천 장의 사진 중 20장 정도를 골라야 했다”며 “우선 비장애인인 남편이 눈 감은 사진이나 별로인 사진을 빨리 걸러낸 뒤에 사진을 최대한 확대해서 확인해 굉장히 힘겹게 골랐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하다고 하자니 불이익이 생길 거 같고 뭔가 바뀔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니어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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