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보험사 M&A 흥행 비결은 ‘자본 지원’…롯데손보는 몸값 낮춰도 ‘고심’

마이데일리
/롯데손해보험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몸값’보다 인수 이후 자본 부담이 흥행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은 자본 지원에 원매자가 몰린 반면, 롯데손해보험은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이 새 주인 찾기의 변수로 남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3곳이 참여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투금융이 낙점됐다.

앞서 예별손보 재매각에도 한국투자금융과 OK금융, 흥국화재, JC플라워 등 4곳이 뛰어들었으며 OK금융 계열 오케이넥스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그동안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매물이다. KDB생명은 2014년부터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예별손보 역시 지난해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최종 거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수의 후보가 경쟁에 나서면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업계에서는 흥행 배경 가운데 하나로 매각 주체의 자본 지원을 꼽는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KDB생명에 약 5000억원을 증자한 데 이어 매각 과정에서도 추가 자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자가 KDB생명의 재무 부담을 모두 떠안는 대신 산업은행이 일정 부분을 분담해 거래 문턱을 낮추는 방식이다.

예별손보도 비슷하다.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지원을 전제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으며, 입찰 과정에서도 인수자가 요구하는 지원 규모가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됐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인수한 뒤 필요한 자본을 모두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물의 매력을 높인 셈이다.

◇ 롯데손보, 낮춰도 비싼 ‘몸값’

반면 롯데손보는 상황이 다르다.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최근 신한금융지주와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JKL은 이달 중 공개매각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올해 1분기 말 지급여력(K-ICS) 비율은 164.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웃돈다. 하지만 손실흡수능력이 높은 자본을 중심으로 산출하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은 -21%대로 추산된다. 향후 기본자본 K-ICS 권고기준인 50%를 충족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JKL은 당초 롯데손보 매각가격으로 2조원 안팎을 희망했지만 매각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1조원 수준까지 눈높이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향후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까지 더하면 원매자가 부담해야 할 ‘총 인수비용’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 지점에서 KDB생명·예별손보와 롯데손보의 차이가 뚜렷해진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예별손보는 예보가 자본 부담을 일정 부분 나눠지는 구조다. 반면 롯데손보에는 현재까지 이에 상응하는 지원책이 없다.

향후 공개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JKL이 매각가격을 어디까지 낮출지가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본 투입까지 감안하고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이어야 원매자가 경쟁에 뛰어들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력 인수 후보 신한금융…“손보 강화냐, 자본관리냐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부문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 금융지주 간 비은행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한금융의 보험 사업은 사실상 신한라이프를 중심으로 한 생명보험에 무게가 실려 있다.

손해보험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그룹 내 손보 부문의 존재감도 크지 않다. 롯데손보 인수가 손보 사업을 단숨에 키울 수 있는 선택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손보 강화 필요성만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는 어렵다. 롯데손보 인수에 1조원을 투입할 경우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약 28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수 이후 롯데손보에 추가로 자본을 투입하면 자본비율과 주주환원 여력에 미치는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신한금융도 M&A의 전제 조건으로 자본비율과 수익성을 분명히 제시했다.

장정훈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밸류업 2.0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롯데손보)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롯데손보가 신한금융의 손보 경쟁력을 단숨에 보완할 수 있는 매물이더라도 자본 부담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인수가격과 추가 자본 투입을 합친 비용이 기대수익을 웃돈다면 거래를 추진할 유인은 떨어진다.

장 CFO는 “안정적인 CET1 비율을 유지하고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는 자신감이 있을 때 M&A를 진행할 것”이라며 “롯데손보뿐 아니라 신한금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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