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하루 매출 포기하고 올라왔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민생에 동네 슈퍼와 자영업자는 있기는 한 겁니까?”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제주·울산·창원·충주·제천 등 전국 50여개 지역에서 상경한 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들과 동네슈퍼 상인 50여명이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연내 확정 예정인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규제 완화안을 반영하려 하자, 골목상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동네 슈퍼 상인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산업부는 최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적용받고 있다.
◇ “쿠팡·배민·다이소에 치이는데…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이날 현장에서는 유통 대기업과 온라인 플랫폼의 확장 속에 고사 직전에 몰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인들은 “온라인만 장사하냐, 정부는 골목상권 책임져라” “쿠팡 때문에 다 죽는다” “중소유통 상인들과 직접 대화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이어갔다.

정연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하루 13~15시간씩 가게를 지켜도 손님이 없어 카드 수수료와 배달비, 대출 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쿠팡이 온 동네 상권을 잡아먹고 B마트 같은 다크스토어가 골목 깊숙이 들어온 것도 모자라, 다이소까지 슈퍼에서 파는 물건을 다 팔며 규제 사각지대에서 치고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의 위기는 과다 출점 때문이지 동네 슈퍼 때문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쿠팡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대형마트 심야·새벽 배송을 풀어주면 그 피해는 결국 가장 힘없는 동네 슈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현재 유통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쿠팡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대형마트와 다이소 등이 계절 특수를 활용해 소비자를 흡수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배달 플랫폼이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음식 배달 중개를 넘어 SSM·편의점 제품의 초단시간 배송은 물론 B마트 등 자체 매입 상품을 배달하는 ‘다크스토어’까지 동네 상권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김대권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농협 하나로마트와 쿠팡에 밀려 동네 상권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대기업의 새벽배송을 풀어줄 게 아니라,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살릴 근본적인 생태계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 “삼전·닉스 총수만 만나지 말고 소상공인도 만나달라”
소상공인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소상공인 체감 경기실사지수(BSI)는 55.6으로, 전월 대비 8.0포인트 하락하며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인들은 “온라인만 장사하냐, 정부는 골목상권 책임져라” “쿠팡 때문에 다 죽는다, 중소유통 상인들과 직접 대화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이어갔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협동사무처장은 “자영업자 부채가 1100조원으로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대형마트 심야배송을 허용해 중소상인을 더 치열한 경쟁으로 밀어 넣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우선이며 오프라인 규제를 풀어 대기업 배를 불려선 안 된다”고 했다.
상인단체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내고 △대형마트 심야·새벽배송 허용 추진 중단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및 골목상권 비상대책 시행 △중소유통업체의 AI·디지털 전환 지원 예산 연간 1000억원 이상 확보 △대통령과 중소상인·자영업자 대표 간 공식 면담 등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경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처럼 중소상인들과도 만나 민생의 현실을 논의해야 한다”며 “정책 당사자인 동네슈퍼와 대화하고 무엇을 먼저 지원할지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단체 측은 기자회견 종료 후 골목상권 비상 대책 마련과 면담 요청이 담긴 서한을 대통령실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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