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AI로 업무 방식 바꾼다…전사 AX 성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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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양재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사 디지털 전환(DX)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업무 전반에 내재화하는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서초구 양재 본사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전사 DX·AX 과정과 주요 성과,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AI 기술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현대차그룹이 DX를 통해 AX 기반을 어떻게 구축해 왔는지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AI 활용 현황과 업무 혁신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각 부문에서 AI를 적용해 생산성과 비용 효율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들이 소개됐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수십 년간 축적된 충돌 시험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신속하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과거 충돌 시험 결과와 시험 이미지, 해석 자료 등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던 연구 정보를 통합 검색하고 유사 사례를 찾아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반 연구개발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은 AI를 활용해 연구 정보를 연결하고, 엔지니어가 유사 충돌 사례의 시험 조건과 차량 구조, 상해 발생 원인, 개선 대책까지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 자료 검토에 걸리는 시간을 약 90% 단축했으며, 확보된 시간은 분석 결과 해석과 설계 개선, 시험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 공정의 품질 관리와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VIN)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차량과 시스템에 등록된 차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조·검증하는 비전 AI 기반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차량 정보를 직접 확인했지만, 카메라와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차량 식별번호를 자동 판독하고 실제 차량 정보와 시스템 정보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작업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으며, 국내 및 글로벌 현대차·기아 공장을 기준으로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국내 현대차·기아 전 공장을 비롯해 미국·유럽·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글로벌 생산 거점 약 70곳에 적용돼 운영되고 있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 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차 공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이동 경로를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설비 오류 등으로 대차 순서가 꼬일 경우 작업자가 직접 이동 경로를 판단하고 복구해야 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탐색 알고리즘에 강화학습 기반 AI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최적의 경로를 자동으로 도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이는 등 제조 현장의 운영 효율을 높였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생태계 ‘이포레스트: 폴라리스(E-FOREST: POLARIS)’도 구축했다.

해당 플랫폼은 품질·생산·설비·물류 등 제조 전 영역의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AI 에이전트 형태로 구현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에는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고 AI 활용을 위해 전문적인 개발 역량이 필요했지만, E-FOREST: POLARIS를 통해 현업 엔지니어도 자신의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LLM 기반 ‘정비 지원 AI 서비스’를 통해 정비사가 복잡한 정비 매뉴얼과 기술 자료를 일일이 검색하지 않고도 문제 원인과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객 서비스 채널에서는 ‘고객 리뷰 대응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고객 리뷰 처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왼쪽부터) 장영석 현대차 제네시스고객경험팀 책임매니저,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 이상홍 정보보안2실 상무, 서창윤 웹프론트엔드개발팀 책임매니저가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DX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와 디지털 업무 환경을 기반으로 AI 활용을 조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챗 프로’다. H 챗 프로는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임직원이 챗지피티, 제미나이, 클로드 등 다양한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선택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현대차그룹 전용 AI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H 챗 프로를 특정 조직이나 일부 인력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임직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문서 작성, 정보 탐색, 데이터 분석, 코드 개발 등 다양한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임직원이 AI를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H 챗 프로는 지난달 기준 3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경영층을 비롯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AX 교육을 지속하고 있으며, 사내 커뮤니티와 협의체를 통해 구성원 간 AI 활용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AI 시대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협업 방식과 데이터 체계를 혁신하며 DX 기반을 구축해 왔다.

특히 2018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밝힌 이후 글로벌 협업 방식과 데이터 중심 경영 체계 구축에 나서며 전사 DX 전략을 구체화했다.

현대차그룹은 DX를 단순한 업무 시스템 교체가 아닌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조직 간 정보와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업무 진행 상황과 의사결정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지라 △두레이, 문서 공동 작성과 지식 공유를 지원하는 △컨플루언스 등을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플랫폼 도입을 통해 임직원들은 전사 업무 현황과 주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다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업무 과정과 결과물 역시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되면서 조직 간 협업과 정보 공유의 투명성도 높아졌다.

또 글로벌 사업장과 임직원이 동일한 환경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를 2022년 도입했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 관련 보안 규정으로 외부 협업 도구 사용에 제약이 있었던 자율주행·수소 등 연구개발 조직도 정부 관계 부처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며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 분산돼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연결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서비스 현장 등 물리적 세계와 AI가 결합하는 ‘Physical AI’ 영역으로 혁신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그룹 내 AX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AI 전환 확산과 중소기업의 AX 지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라며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와 사업에 적용해 조직 경쟁력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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