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았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싶다. 배우 하영을 둘러싼 증조부 친일 의혹이 소속사의 성급한 대응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하영은 최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자신이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하며 증조부가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밝혔다. 방송 이후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과 함께 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상호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이완용과 송병준 등이 참여했던 대정친목회에서 활동한 기록과 조선총독부 산하 기관지 인터뷰 등이 알려지며 친일 의혹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하영 측은 지난 10일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안상호의 이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불과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히 답변했다"고 사과했다.
처음부터 "확인 중"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혼선이었다. 무엇보다 두 번째 입장의 사과 역시 친일 행적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고 답한 첫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증조부를 '안상호 선생'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논란이 증조부를 넘어 가족 전체로 번지고 있다. 확인된 역사적 기록과 검증되지 않은 의혹이 뒤섞여 가족사 전체를 향한 '파묘'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영의 부친은 조부의 과거사를 미화할 생각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인터뷰에서 일제의 대한제국 강제병합을 '한일합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가족이 직접 나섰지만, 해명 과정에서 사용한 역사 용어가 또 다른 역사 인식 논쟁을 낳았다.

이러한 여파에 하영은 오는 14일 예정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종영 인터뷰에 참석하지 않으며, 함께 호흡을 맞춘 정해인 역시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
후폭풍은 방송계와 광고계로도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하영이 출연한 '삼성 아트TV' 관련 영상 6편이 비공개로 전환됐고, 의류 브랜드 아티드 역시 지난해 하영과 촬영한 광고 영상을 최근 비공개 처리했다.
또한 OTT 서비스 웨이브는 하영이 출연한 '옥탑방의 문제아들' 323회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지했다. 웨이브 측은 "방송사의 요청으로 해당 에피소드 다시보기가 중지됐다"며 "추후 제공 불가하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다. 구체적인 중단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친일 논란이 불거진 직후 해당 회차와 관련 클립들이 일제히 비공개되면서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증조부의 행적에 대한 책임까지 하영에게 물을 수는 없다. 조상은 후손이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영이 직접 가족사를 방송에서 꺼냈고, 논란이 불거진 뒤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한 대응은 별개의 문제다. 증조부의 과거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위기가 닥친 뒤 어떻게 대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었다.
논란이 커진 11일은 하영의 생일이며,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작 '이런 엿 같은 사랑'이 공개된 직후다. 작품과 연기로 주목받아야 할 시기에 증조부 논란과 미숙한 대응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작품 제목보다 더 공교롭게도 '이런 엿같은 상황'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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