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기서 루키에요" 이래서 ML 112승 거물이구나, 실력보다 돋보인 '존중' [MD고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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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카라스코가 8월 1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척=김경현 기자카를로스 카라스코가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마운드에서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LG 트윈스 제공

[마이데일리 = 고척 김경현 기자] 이미 빅리그에서 112승을 거둔 거물이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첫 승에 소박하게 감사하는 모습에서 리그를 향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LG 트윈스 카를로스 카라스코의 이야기다.

1987년생 오른손 투수 카라스코는 2003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 본격적인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메츠-뉴욕 양키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거쳤다. 메이저리그 통산 343경기(286선발) 112승 105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24의 성적을 남겼다.

2017년이 커리어 하이다. 이때 클리블랜드에서 뛰며 32경기 18승 6패 평균자책점 3.29의 성적을 남겼다.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다 LG와 계약을 맺은 것. 당시 카라스코는 "최고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LG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어 정말 기대된다. 제 목표는 LG가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건은 총액 36만 달러.

애틀랜타 시절의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투구를 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애틀랜타 시절의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투구를 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데뷔전부터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전 7이닝 2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한 것. 불펜 난조로 승리를 챙기진 못했으나, 빅리그 112승의 위엄을 선보였다.

7이닝 퍼펙트는 우연이 아니었다. 11일 키움 히어로즈전 6이닝 5피안타 1몸에 맞는 공 5탈삼진 2실점으로 KBO리그 첫 승을 챙겼다. 3회까지 퍼펙트로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외야로 나간 타구는 단 하나.

첫 안타는 4회에 나왔다.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빗맞은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문보경이 러닝 스로로 서건창을 잡으려 했지만 타구가 너무 느렸다. 마음이 급했는지 글러브에서 공도 한 번에 빼지 못했다. 서건창은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카라스코는 흔들리지 않고 추재현을 1루수-유격수 병살, 맷 데이비슨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공을 던지고 있다./LG 트윈스 제공

긴장이 풀린 탓일까. 바로 실점이 나왔다. 5회 2아웃을 잘 잡고 4연속 안타를 허용, 2실점했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서건창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고 간신히 이닝을 끝냈다.

관록은 여전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카라스코. 2아웃을 잘 잡고 케스턴 히우라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침착하게 김웅빈을 헛스윙 낫아웃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부터 김진성이 등판, 카라스코는 임무를 마쳤다. 투구 수 단 85개로 깔끔하게 6이닝을 지웠다. 타선이 대거 8점을 지원하고, 불펜진이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8-3으로 LG의 승리. 카라스코도 첫 승을 챙겼다.

이날 카라스코는 최고 150km/h, 평균 147km/h를 마크했다. 포심 20구, 슬라이더 18구, 투심 15구, 포크볼 15구, 커터 14구, 커브 3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4.7%(55/85)다.

카를로스 카라스코의 첫 승을 팀원들이 축하해주고 있다./LG 트윈스 제공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카라스코는 "팀에게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팀이 휴식 기간 뒤 단합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빅리그에서만 112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KBO리그에서 첫 승은 어떤 느낌일까. 카라스코는 "KBO라는 리그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다. 그래서 이 첫 승이 더 의미가 있다"라면서 "제가 미국에서 베테랑이었지만, 여기서는 루키이기 때문에 첫 승의 의미가 남다르다"라고 밝혔다.

서건창의 첫 안타를 내줬을 때 기분을 묻자 "안타는 안타다. 언제까지 퍼펙트 경기를 이어 나갈 수는 없다. 후속 타자에게 빠르게 병살을 잡고 이닝을 끝내는 것에 집중했다. 첫 안타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닝 시작마다 카라스코는 야수들이 정위치에 설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제 뒤에서 수비를 해주는 사람들은 저의 팀원이다. 모두가 준비됐을 때 투구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그 루틴을 이어간다"며 "야구는 개인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엔 팀으로서 플레이를 해야 되는 스포츠다. 상호 간에 존중을 담아 수비수들이 정위치에 갈 때까지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공을 던지고 있다./LG 트윈스 제공

데뷔 후 30타자 연속 범타는 KBO리그 신기록이다. 카라스코는 "그런 기록이 있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제가 기록을 세웠다면 팀이 저를 도와준 덕분이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6회 투구를 마친 뒤에 코치진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카라스코는 "야구는 팀 스포츠다.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한 명씩 인사하는 게 루틴이다. 선수단을 떠나서 옆에서 서포트해 주는 스태프도 엄청 많다. 상호 간의 존중을 보여주는 저의 루틴" 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존중(Respect)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왜 이 선수가 빅리그에서 성공하고, 아직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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