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한국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일본보다 1100억달러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지난해보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를 등에 업은 한국과 대만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아시아 수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의 수출액은 4963억달러로 일본의 3844억달러보다 1119억달러 많았다. 대만도 같은 기간 4166억달러를 기록해 일본을 앞섰다. 한국과 대만이 나란히 일본보다 많은 수출액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증가 속도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8%, 대만은 약 47% 증가했다. 일본도 엔화 기준으로 13.7% 늘어 수출 자체가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달러로 환산해 비교하면 일본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AI·반도체 특수를 누린 한국과 대만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 정부 통계에서도 가파른 증가세가 확인된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496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8.4% 증가했다. 산업통상부 통계의 4967억달러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집계한 4963억달러 사이에는 약 4억달러의 차이가 있다.
한국 수출을 끌어올린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는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다.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E에 이어 차세대 HBM4 등 고성능 제품을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을 높인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 수요 증가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은 2538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5% 증가했다. 반도체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ICT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AI 관련 투자가 한국 전체 수출 증가로 연결되는 모습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만 역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중심으로 AI용 첨단 반도체 수요 확대의 혜택을 받았다. 한국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메모리 기업을 중심으로 AI 특수를 누리고 있다면 대만은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을 앞세워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는 구조다.
반면 일본은 자동차와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이 여전히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도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부품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한국과 대만에 비해서는 전체 수출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한국과 대만이 일본을 앞선 가운데 세 나라 모두 수출이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본의 수출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대만이 AI·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동아시아 수출 순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다만 국가별 수출액을 달러로 비교할 경우 환율 변동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과 첨단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러한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고 있는 가운데 AI 반도체 경쟁력이 향후 한국의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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