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미국이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태양광 셀·모듈까지 관세와 최저수입가격을 동시에 적용하며 중국 중심의 저가 공급망 차단에 나섰다. 이같은 조치로 국내 태양광 대표 기업인 한화큐셀은 미국 현지 생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OCI홀딩스는 비중국 공급망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제한적인 원가 상승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폴리실리콘과 파생상품에 최저수입가격을 설정하고 파생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조치는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은 폴리실리콘의 최저수입가격을 1kg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는 1kg당 100달러로 정했다. 태양광 셀에는 1W당 0.22달러, 모듈에는 1W당 0.38달러의 가격 하한을 적용한다.
이번 조치는 태양광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반도체용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의 2.4%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태양광용으로 사용된다. 미국 역시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 셀을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뚜렷한 수혜 후보로는 한화큐셀이 꼽힌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서 잉곳부터 웨이퍼·셀·모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6월 셀 생산을 시작했으며 3분기까지 잉곳·웨이퍼·셀 각각 연 3.3GW, 모듈 3.5GW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달튼 공장을 포함한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은 연 8.6GW까지 확대된다.
수입 웨이퍼와 셀·모듈에 가격 하한과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한화큐셀 제품과 수입산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실제 한화큐셀은 현지 태양광 제조업체들과 함께 이번 조치를 지지했다.
다만 한화큐셀도 상류 공급망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로부터 2024~2034년 10년간 12억달러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원료에 가격 하한이 적용될 경우 조달비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OCI홀딩스에는 기회와 부담이 공존한다.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 TerraSus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이 미국으로 들어갈 경우 새 무역장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비중국산·저탄소 폴리실리콘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도 방어막이 될 수 있다. OCI홀딩스는 미국 텍사스주에 2억6500만달러를 투자해 연 2GW 이상의 태양광 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OCI TerraSus가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활용해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현지에서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셀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관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화큐셀과 OCI의 미국 투자 규모가 향후 관세 부담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은 태양광 업체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역시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기반으로 만든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지만 반도체용 물량 자체가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에도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용 웨이퍼가 새 가격 하한과 관세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생산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더 작을 전망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건설하는 시설은 웨이퍼 전공정 공장이 아닌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 시설이다. 오는 2028년 하반기 차세대 HBM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의 핵심은 중국이 장악한 태양광 공급망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고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데 있다"며 "향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할 세부 품목별 적용 기준과 현지 투자기업에 대한 관세 인센티브가 국내 기업들의 최종 득실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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