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예측하던 AI 투약 안전까지…한림대의료원 ‘지능형 병원’ 진화

마이데일리
/한림대학교의료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인공지능(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지능형 병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입원환자의 낙상·욕창 위험 예측에서 시작한 AI 활용은 의무기록 자동 작성과 병리·치매 진단, 감염관리, 항생제 처방 지원, 투약 안전성 점검까지 확장됐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데서 나아가 임상정보를 분석하고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 감염관리부터 투약 안전까지…AI 의사결정 지원 확대

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림대의료원 산하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지난 5일 생성형 AI를 활용한 감염관리 혁신과 AI 기반 항생제 처방지원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감염병 분야는 전자의무기록(EMR)과 검사 결과, 의료영상 등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해 AI 활용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AI는 의료영상 판독과 항생제 처방 지원, 병원감염 위험 예측, 감염병 조기경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환자의 임상정보를 분석해 감염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고 의료진이 적절한 항생제와 투여 시점을 판단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병원은 2023년 감염관리 서포터즈 1기를 출범한 데 이어 현재 4기 33명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서포터즈 교육을 비롯한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사후 대응 중심의 감염관리에서 위험을 미리 예측·예방하는 스마트 감염관리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AI 전환의 다음 단계는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다.

한림대의료원은 지난 5월 글로벌 정보기술(IT) 서비스기업 킨드릴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원 특화 에이전틱 AI 운영체계 ‘HAIF’를 구축하기로 했다. 에이전틱 AI는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주어진 목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찾고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HAIF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병원 환경에서 안전하게 운영·통제하기 위한 체계다. AI가 1차 업무를 처리하되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의료진이 직접 검토·승인하도록 하고, AI의 판단 과정을 추적·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적용한다. 민감한 환자 정보는 병원 내부 서버에 두고 필요할 때 외부 클라우드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첫 시범과제로는 응급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 전 안전성을 점검하는 AI 에이전트를 추진한다. 환자의 병력과 검사 결과, 투약 정보를 AI가 먼저 확인해 위험 요인을 제시하면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임상정보 검색과 외래·입원 상담, 진료 지원, 예약·재예약 자동화, 복약 안내 등도 적용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AI 에이전트 시범 구축과 HAIF 적용·검증을 거쳐 2030년까지 의료원 전반으로 확대하고, 병원 차원의 AI 거버넌스 체계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HAI 메인화면. /한림대의료원

◇ 의무기록 초안 맡은 AI…연 8만3000시간 절감

의료진의 반복적인 문서 업무에는 지난해 구축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HAI’가 투입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은 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와 약 6개월간 의료원 전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적용한 맞춤형 플랫폼을 공동 개발했다.

HAI는 입원기록지와 경과기록지, 퇴원요약지, 전원요약지 등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 전 과정에 필요한 전자의무기록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한다. 현재 뇌졸중과 담낭염, 제왕절개분만, 수정체 수술, 편도·아데노이드 절제술 등 5개 진료과 주요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병원정보시스템에 저장된 환자 데이터 97개 항목을 연동하고 75개의 프롬프트와 규칙을 조합해 진료과와 질환, 기록지별 특성에 맞는 초안을 만든다. 작성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 표현을 통일하고 정보 누락 가능성을 낮춰 의무기록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AI가 작성한 초안은 의료진이 직접 검토·수정한 뒤 최종 기록으로 확정한다. 의료진의 판단과 책임은 유지하면서 연간 약 8만3000시간의 기록 작성 시간을 줄이고, 의료진 1인당 환자 진료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을 연간 30일 이상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원은 기대하고 있다.

◇ 낙상 예측부터 치매 진단까지…AI로 환자 안전 강화

환자 안전 분야에서는 자체 개발한 AI 예측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낙상과 욕창 예측에서 출발해 흡인성 폐렴과 정맥염, 섬망, 감염 발생 가능성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2026년 현재 운영 중인 예측모델은 53개다.

예측모델은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이 바뀔 때마다 위험도를 다시 계산해 고·중·저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의료진은 여러 환자의 상태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우선 확인하고 낙상 방지나 감염 예방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진단 과정의 디지털 전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림대성심·강남성심·춘천성심·동탄성심병원 등 산하 4개 병원을 연결하는 통합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의 조직·세포 슬라이드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변환해 모니터로 판독하고 병원 간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병리과 전문의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협진할 수 있으며, AI 기반 분석 기술을 활용해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올해 4월에는 한림대성심병원이 AI 기반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정량분석 시스템을 알츠하이머병 진료에 도입했다. 환자의 뇌에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 정도를 수치화해 의료진이 영상 판독 결과와 정량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생성형 AI 플랫폼 HAI와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딥러닝 모델을 기반으로 지식검색과 의무기록 작성, 진료 지원 등 의료 현장 전반으로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진이 진료에 더욱 집중하고 환자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AI 에이전트 등 차세대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검증된 기술은 실제 업무에 연계해 지능형 병원으로의 AI 전환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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