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서기찬 기자] 최근 연예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씁쓸한 트렌드가 있다. 이른바 ‘억까(억지로 비난하기)’ 현상이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단순한 근황 사진에 과거 연인이었던 장기하의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얹었다가 결국 게시물을 삭제한 해프닝은 이 현상의 씁쓸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헤어진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저 음악을 선곡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연인에 대한 예의’라는 거창한 잣대를 대며 비난을 퍼붓는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아이브 장원영의 팔짱 사건, 손담비의 호텔 해프닝 등 최근 잇따른 연예인 잔혹사의 저간에는 도대체 어떤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걸까?
첫째, ‘도덕적 우월감(Moral Superiority)’의 왜곡된 충족이다.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일상적으로 관찰하게 된 현대인들은 공인, 특히 유명 연예인에게 대단히 엄격한 ‘절대 윤리’의 기준을 적용한다.
연예인의 사소한 행동이나 선택에서 도덕적 결함을 찾아내 비난함으로써, 스스로를 윤리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존재로 착각하고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억지 비난을 주도하는 이들에게 핵심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도덕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자만심이다.

둘째, ‘확증 편향’과 타자화의 극단화다.
연예인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언제든 평가하고 소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해질수록 꼬투리 잡기는 쉬워진다.
대상에게 선의를 집어넣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은 악의적 프레임에 맞춰 상상의 나래를 편다.
"반응이 안 좋을 걸 예상했을 텐데 배려가 없다"는 식의 비난은 타인의 의도를 마음대로 단정 짓고 죄의식을 뒤집어씌우는 전형적인 심리적 공격 메커니즘이다.
셋째, 집단적 피학성과 스포트라이트 효과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동조 심리가 크게 작동한다. 누군가 작은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면, 그것이 마치 정당한 비판인 양 포장되어 순식간에 집단적 폭력으로 번진다.
비난에 참여하는 이들은 자극적인 논란 속에서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일상적 스트레스와 결핍을 타인을 향한 공격성으로 해소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의 '억지 비난'이 연예인들에게 과도한 검열과 위축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예술가이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와 일상의 소소한 선택마저 '논란의 여지'라는 불확실한 공포 앞에 박제되고 있다.
비판과 비난은 엄연히 다르다. 건전한 비판은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억지 비난은 타인의 삶을 들쑤셔 얻는 찰나의 도덕적 유희일 뿐이다.
누군가의 SNS 게시물 하나, 작은 행동 하나에 돋보기를 대고 꼬투리를 잡는 칼날 끝이 결국 언젠가 나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타인을 향한 과도한 도덕적 검열을 거두고,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성숙한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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