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 두 얼굴④] 보호와 책임의 균형… 해외 제도가 던지는 시사점

시사위크

공익신고자 보호는 조직 내부의 위법행위를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다. 그러나 공익신고 과정에서는 신고자의 사건 관여 정도와 책임, 보호 범위 등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쟁점도 함께 제기된다. 시사위크는 '공익신고, 두 얼굴' 기획을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의 필요성을 전제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과 국내외 제도, 입법적 과제를 살펴봤다. 이번 기획은 공익신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운영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 마련했다. [편집자주]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로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로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위법행위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신고자가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익신고 제도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호와 책임 역시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신고의 공익성과 보호 필요성은 신속하게 판단하되 신고자의 별도 위법행위나 책임은 독립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공익제보자 보호 논란과 미국·호주의 제도를 비교해봤다.

◇ 공익신고자 보호,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12·3 내란 불법 작전 수사 촉구 및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신청'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여연대와 군인권센터 등은 군 지휘통제체계 개발에 참여했던 민간 기술자 김현석 씨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해 달라며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이들은 김씨가 12·3 비상계엄 당시 일부 계엄군의 작전 수행과 관련한 자료를 국회의원실과 특별검사팀에 제보한 뒤 오히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씨에 대한 공익신고자 보호 여부는 권익위의 판단이 남아 있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역시 수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결론을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익성이 있는 제보와, 제보 과정에서 제기되는 별도의 법적 책임을 어떤 절차로 구분해 판단할 것인지는 이번 사례가 던진 새로운 과제로 평가된다.

실제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 신고했거나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공익신고의 공익성과 자료 취득·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별도의 법적 책임이 동시에 문제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호를 먼저 판단할 것인지, 별도 책임을 먼저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절차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12.3 내란 불법 작전 수사 촉구 및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신청 기자회견에서 공익신고자 김현석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김소은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12.3 내란 불법 작전 수사 촉구 및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신청 기자회견에서 공익신고자 김현석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김소은 기자

미국과 호주의 공익신고 제도는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절차와 신고자의 별도 책임을 하나의 판단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내부고발을 적극 장려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특히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내부고발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신고자에게 신분보호와 함께 보상금도 지급한다. 그러나 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보호나 보상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미국은 신고 정보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Original Information)인지, 자발적으로 제출됐는지, 해당 신고가 실제 위법행위를 밝혀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단계적으로 심사한다. 신고자의 위법행위 관여 정도와 직책, 위반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 등도 보상 여부와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요소로 반영한다. 즉 공익신고 자체는 보호하되 신고자의 책임은 별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구조다.

◇ 공익신고 제도, 허위·악의적 남용 방지 과제

호주의 접근은 더욱 분명하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공익신고법은 법의 목적에 공익신고자의 보호뿐 아니라 신고 대상자의 이익까지 함께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공익신고자가 자신의 행위를 신고했더라도 그 행위에 대한 민사·형사상 책임이나 징계 책임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는 금지하면서도 업무평가나 조직 운영을 위한 합리적인 관리조치는 허용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특히 공익신고로 처리되도록 의도해 중요한 부분에 대해 허위 정보를 고의로 제공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의 공익신고 제도를 비교한 결과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면서도 신고자의 별도 책임과 허위·악의적 신고에 대한 판단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의 공익신고 제도를 비교한 결과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면서도 신고자의 별도 책임과 허위·악의적 신고에 대한 판단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국가별 제도는 차이가 있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공익신고자 보호는 신속하게 이뤄지지만 신고자의 별도 위법행위나 허위신고 여부는 독립적인 절차를 통해 판단하는 방식이다. 보호를 이유로 책임을 면제하지도 않고 반대로 별도의 혐의를 이유로 보호 절차 자체를 중단하지도 않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내부고발자 보호를 부패 방지와 공공 신뢰 확보를 위한 핵심 제도로 평가한다. 다만 제도가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신고자 보호와 함께 공정한 절차와 명확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것과 제도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미국과 호주의 제도 운영 방향과도 맥을 같이한다.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신고의 신뢰성과 책임을 함께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공통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공익신고자 보호 원칙은 유지하되 공익신고 제도의 악의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 규정과 공익신고자 지위에 대한 검증 절차를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공익신고 범위의 명확화와 공범 신고자의 보호 범위, 이의제기 절차 등을 둘러싼 입법적 논의도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 보호와 피신고자의 권리 보호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보장돼야 할 법치주의의 요소라고 본다. 공익신고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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