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낮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반려견 열사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헐떡임으로 보이는 행동도 열사병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산책 시간과 환경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땀 못 흘리는 강아지…헐떡임이 유일한 냉각 수단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인 설채현 수의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름철 반려견 관리에서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반려견의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피부 전체의 땀샘으로 체온을 낮추지만, 강아지는 발바닥 일부의 땀샘과 헐떡임(팬팅)에 대부분 의존한다. 이 때문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열사병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열사병 초기에는 과도한 헐떡임과 침 흘림 증가, 불안한 행동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악화하면 구토와 설사, 비틀거림, 의식 저하, 경련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즉시 체온을 낮추고 동물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설 수의사는 “코가 짧은 단두종, 노령견, 비만견, 어린 강아지는 호흡과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산책 시간과 노면 관리도 중요한 변수다. 기온이 35도일 때 아스팔트 표면온도는 55~60도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사람도 맨발로 걷기 어려운 정도로, 강아지 발바닥 패드에 화상을 입힐 수 있는 온도다.

◇ “해 졌다고 바로 산책 NO”…지열 식은 뒤 나가야
전문가들은 산책 전 보호자의 체감온도보다 반려견의 발바닥이 닿는 지면 온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등을 아스팔트에 7초 이상 대기 어렵다면 반려견도 걷지 않는 것이 좋다.
설 수의사는 “폭염 기간이라고 산책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시간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책 전에는 손등으로 바닥 온도를 확인하고, 반려견이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바닥에 눕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면 즉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보호자가 해가 진 뒤 산책을 선택하지만, 지면 열기가 남아 있는 시간대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는 “사람은 신발을 신지만 반려견은 지면 가까이에서 맨발로 걷기 때문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며 “해가 졌다고 바로 산책하기보다 지면이 충분히 식은 뒤 외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미용도 주의가 필요하다. 털을 피부가 보일 정도로 짧게 밀면 일광화상과 피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반려견의 털은 햇빛과 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과도한 미용보다는 잦은 빗질로 통풍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수다. 산책 중에는 물을 자주 제공하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더라도 주차된 차량 안에 반려동물을 방치하는 것은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야외 방치·매장 케이지 노출도 위험…“폭염 속 학대 신고 늘어”
최근 기록적인 폭염은 반려동물 복지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동물단체에 따르면 폭염 기간에는 그늘 없이 야외에 묶여 있는 반려견이나 방치가 의심되는 사례에 대한 상담과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일부 동물 판매 업체가 매장 앞 길거리에 케이지를 그대로 내놓고 영업하거나, 36도 폭염 속 놀이터에 강아지를 유기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폭염 속 반려동물 방치나 유기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발견 즉시 112 또는 국민신문고, 지자체 민원실에 신고할 수 있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무더위 대피 인프라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는 ‘구로댕냥이네(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 지하 강의실 내 반려견 무더위 쉼터를 시범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운영 중인) 보호소도 현재 폭염에 대응해 그늘막을 확대하고 바닥에 물을 뿌려 지면 온도를 낮추는 동시에 가장 더운 시간대 활동을 줄이고 오전이나 늦은 오후, 밤 시간대로 활동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며 “열사병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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