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 두 얼굴②] 위법행위 가담자의 공익신고… 보호의 딜레마

시사위크

공익신고자 보호는 조직 내부의 위법행위를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다. 그러나 공익신고 과정에서는 신고자의 사건 관여 정도와 책임, 보호 범위 등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쟁점도 함께 제기된다. 시사위크는 ‘공익신고, 두 얼굴’ 기획을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의 필요성을 전제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과 국내외 제도, 입법적 과제를 살펴봤다. 이번 기획은 공익신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운영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 마련했다. [편집자주]

공익신고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위법행위에 일정 부분 관여한 신고자의 책임까지 같은 기준으로 볼 것인지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안고 있는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공익신고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위법행위에 일정 부분 관여한 신고자의 책임까지 같은 기준으로 볼 것인지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안고 있는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공익신고는 조직 안에서 드러나기 어려운 위법행위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제도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신고자 보호가 필수다. 하지만 신고자가 단순한 내부 제보자가 아니라 위법행위에 일정 부분 관여했던 사람이라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공익을 밝힌 신고는 보호해야 하지만 사건에 관여한 책임까지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는가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마주한 또 하나의 과제다.

◇ 위법행위 가담 의혹… 공익신고자로 인정된 내부자

최근 항소심 법원은 공익신고자를 해고하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IT 기업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공익신고자 보호 원칙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또 다른 쟁점도 드러났다. 공익신고자로 인정된 내부자가 사건 발생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공익신고에 대한 보호와 사건 가담 책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IT기업 임원 A씨는 회사가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프로그램으로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수집해 직원들을 사찰하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해당 신고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되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은 2013년 자녀보호용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A씨 역시 개발 과정과 기능을 알고 있었던 내부 관계자였으며 약 5년이 지난 뒤 공익신고를 한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 시험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휴대전화 정보까지 별도 서버로 전송·저장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원들의 동의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취득·열람한 행위를 정보통신망법상 타인의 비밀 침해로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의 유죄 판단이 A씨의 역할과 공익신고 경위까지 모두 정리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 측은 문제의 프로그램이 당초 자녀보호용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됐으며 개발 과정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 운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휴대전화 정보가 개발 서버에 저장됐지만 직원들을 사찰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으며 A씨 역시 개발 단계부터 이러한 구조와 운영 방식을 알고 있었던 내부 관리자였다는 설명이다.

또 회사 측이 주목한 것은 공익신고의 ‘시점’이다. A씨는 2013년부터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공익신고는 약 5년이 지난 2018년에 이뤄졌다. 당시 회사 대표는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사회적 비난도 커진 상황이었다. 회사 측은 A씨가 이 시점에 공익신고자로 나서며 자신의 책임은 분리하고 대표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허위 또는 부정한 목적의 공익신고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회사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허위 또는 부정한 목적의 공익신고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즉 회사 측은 사건에 일정 부분 관여한 내부자가 자신의 책임을 줄이거나 분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익신고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다만 신고 시점이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공익신고의 정당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부의 보복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미루는 사례 역시 현실에서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 신고했거나 금품이나 근로관계상 특혜 등 부정한 목적을 위해 신고한 경우에는 이를 공익신고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이러한 규정이 어느 범위까지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과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쟁점은 공익신고 시점이나 동기 자체가 아니다. 위법행위에 일정 부분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자에게 공익신고자 지위가 인정될 경우 그 책임을 공익신고와 별개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의 사건 가담 정도나 책임 문제를 공익신고자 보호 여부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공익신고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위법행위 가담 여부나 책임 회피 목적 등에 대한 판단을 어떤 절차로 검증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제기된다.

공익신고는 신고 대상자의 위법행위를 밝혀내는 절차이지, 사건에 관여한 모든 사람의 책임을 함께 판단하는 절차는 아니다. 문제는 위법행위 가담 의혹이 있는 내부자가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는 경우다. 공익을 밝힌 기여는 보호하되 사건 가담 책임은 별도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공익신고자 보호와 책임 원칙 사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례는 공익신고자 보호와 사건 가담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과제를 던졌다. 아울러 허위신고나 부정한 목적의 신고를 배제하기 위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 규정이 실제 제도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도적 논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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