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는 조직 내부의 위법행위를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다. 그러나 공익신고 과정에서는 신고자의 사건 관여 정도와 책임, 보호 범위 등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쟁점도 함께 제기된다. 시사위크는 ‘공익신고, 두 얼굴’ 기획을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의 필요성을 전제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과 국내외 제도, 입법적 과제를 살펴봤다. 이번 기획은 공익신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호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제도 운영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 마련했다. [편집자주]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법은 강력한 보호를 제공한다. 해고와 징계 등 불이익은 원상회복 대상이 되고,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손해배상이나 보상금 지급으로까지 이어진다. 내부고발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문제는 공익신고자로 인정된 이후 신고 대상이 된 위법행위에 신고자가 일정 부분 관여했다는 정황이나 새로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될 경우다. 이미 발생한 법적 효과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가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익신고자 지위가 ‘방패막이’로 비친 이유
공익신고는 신고만 했다고 곧바로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신고자는 국민권익위원회나 수사기관, 감독기관 등 공익신고기관에 신고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신고기관은 신고 내용이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한다. 공익신고로 접수되면 해당 사건은 조사나 수사의 대상이 되며 신고자는 비밀보장과 신분보호, 보호조치 등 법이 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익신고자를 법률상 두텁게 보호하는 이유는 하나다. 내부고발자는 신고 이후 조직 안에서 정상적인 근무를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동료들과의 갈등이나 업무 배제,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은 공익신고자에게 신분보장과 원상회복 등 강력한 보호장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보호장치가 항상 본래 취지대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부에서 위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단순히 나누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위법행위에 일정 부분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자가 공익신고에 나서고, 회사는 공익신고와는 별개로 근무 태도나 사규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는 경우 공익신고자 보호와 기업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가 충돌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한 IT기업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분쟁이 벌어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표의 위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이후 조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와 징계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일부 임원들은 해당 조치가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를 신청했고, 회사는 공익신고와 무관한 정당한 인사조치였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이들 가운데 한 임원이 공익신고 이후에도 반복적인 근무지 이탈과 근로 미제공, 겸직금지 의무 위반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징계와 해고를 결정했지만 해당 임원은 이를 공익신고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라고 주장하며 보호를 신청했다. 결국 분쟁의 핵심은 징계 사유 자체보다 해당 인사조치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인지 여부에 맞춰졌다.
법원은 회사 측이 제시한 징계 사유와 별개로 징계가 이뤄진 시기와 경위 등을 종합해 해당 인사조치가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근무 태도와 복무상 문제에 대한 징계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공익신고 이후 이어진 해고와 급여 삭감 등이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라고 보고 원상회복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당시 공익신고자 지위가 인정되면서 근무 태도와 복무상 문제에 대한 회사의 설명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공익신고자 보호 여부가 분쟁의 핵심이 되면서 공익신고와 무관한 징계 사유나 평소 근무 실태를 입증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분쟁은 보호조치 결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후 복직에 따른 해고기간 미지급 임금과 그에 대한 이자, 징벌적 손해배상금 등 후속 법적 절차가 수년간 이어졌고, 장기간 계속된 분쟁은 결국 합의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떠안았으며 공익신고와 무관한 복무상 책임은 그대로 남은 채 공익신고자 지위에 따른 법적 효과만 계속 유지됐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공익신고자 보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신고자 지위가 인정된 이후에도 신고자의 사건 관여 정도나 복무상 책임이 새롭게 확인될 경우 이미 발생한 보호조치와 법적 효과를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를 신속하게 보호하는 절차는 마련하고 있지만, 보호 이후 새롭게 드러난 사정을 반영해 법적 효과를 재평가하는 절차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 측의 문제 제기다.
공익신고자 보호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공익신고자 지위가 인정된 이후 신고자의 사건 관여 정도나 공익신고와 무관한 복무상 책임 등 새로운 사정이 확인될 경우에도 이미 인정된 보호조치와 법적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신고자를 신속하게 보호하는 절차와 함께 보호 이후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반영할 수 있는 사후 심사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