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공방… 경쟁력 해법 두고 엇갈린 시각

시사위크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예외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 뉴시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예외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예외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52시간 예외 없이도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는 주장과 ‘미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여야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52시간 예외 없이도 호황” VS “미래 경쟁력 위해 예외 필요”

조국혁신당 김선민 정책위의장은 7일 논평에서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적용 예외 구상을 담은 ‘메가특구특별법’과 관련해 “주 52시간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이미 현실로 반박된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노동시간 연장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인과관계는 확인된 바 없다”며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초격자 기술력과 사업 판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근로시간 연장과 산업 경쟁력 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특별연장근로 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2025월 4월까지 반도체 연구개발을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25건 받았지만, SK하이닉스는 한 건도 없었다. 반면 2023년과 2024년 반도체 영업이익은 오히려 특별연장근로를 하지 않았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섰다.

이와 관련해 김 정책위의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투자와 연구가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을 꼭 노동시간을 늘려서 해야 하냐”며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예외는) 그동안 우리가 이룩했던 노동운동의 성과에 반하는 것”이라며 “(특별연장근로로) 노동시간 늘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초 노사 갈등이 확실하게 드러났지 않냐”고 덧붙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가 연구개발 인력의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와 마찬가지인데 기업이 신청을 잘 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신청은) 아예 없다”며 “그런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은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가 연구개발 인력의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와 마찬가지인데 기업이 신청을 잘 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신청은) 아예 없다”며 “그런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은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뉴시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근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김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가 연구개발 인력의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와 마찬가지인데 기업이 신청을 잘 하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신청은) 아예 없다”며 “그런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근로시간 연장 없이도 경쟁력을 유지해왔고, 근로시간 문제는 특별연장근로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SNS에 “현재 기업들의 이익은 메모리가 AI 인프라의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메모리의 수요와 가격이 올라간 점이 작용한 것”이라고 적었다. 반도체 수요는 언제든 변동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호황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해선 안 되며, 향후 수요 둔화에 대비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쟁 환경 및 연구개발 현장의 현실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휴게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시간 30분만 근무할 수 있다. 오전 7시 출근 시 오후 7시에는 무조건 퇴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고객사들의 업무 협의에 대응이 어렵고 경쟁국들이 밤낮없이 기술을 혁신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경쟁국의 기술 혁신 경쟁을 주 52시간 근로 규제 예외의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근로시간 연장이 없다고 개발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시기에 어떤 조건에서 경쟁하느냐가 문제다”라며 “중국은 4조 2교대, 24시간 연구한다. 이런 상황은 간과한 채 ‘지금 돈 벌고 있으니 괜찮다’는 것은 매우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익이 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연구가 시간의 문제는 아니지만, 집중적 연구가 필요한 시기가 있기 때문에 연구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제한을 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생 일만 하는 사람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근로자 동의하에서 하자는 것”이라며 “정말 특수한 경우, 예외적 경우에는 (주 52시간 이상 근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주 52시간 예외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정부 부처 간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면서, 향후 정책 조율 과정에도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공방… 경쟁력 해법 두고 엇갈린 시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