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브라질과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국가별 인허가와 유통망 구축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과 유한양행, 동국제약, 이니바이오 등은 최근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신약과 건강기능식품, 개량신약,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출시 또는 공급 계약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는 인구 약 6억명을 기반으로 의약품과 건강관리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국가별 허가제도와 유통망이 달라 국내 기업의 직접 진출에는 부담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현지 인허가·영업 역량을 갖춘 파트너와 손잡고 초기 진입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장기 공급과 공동 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넓히고 있다.
먼저 SK바이오팜은 지난 28일 대통령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현지 제약사 유로파마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중남미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세노바메이트의 제품 가치 제고와 중추신경계(CNS) 파이프라인 협력, 희귀 뇌전증 관련 공동 연구개발, 중남미 출시 국가 확대, 합작법인 멘티스 케어를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 등 5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지 제품명 ‘엑스코프리’로 8월 브라질에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진출한 페루(2026년 5월)와 칠레(2026년 6월)에 이어 중남미 최대 제약 시장인 브라질을 교두보로 지역 확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환자의 발작과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의료진의 치료 판단을 돕는 플랫폼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의약품 판매와 환자 관리 서비스를 결합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혈당 관리 기능성 유산균 ‘당큐락’을 멕시코에 출시했다. 현지 제품명은 ‘글루코바이오틱’이다. 유한양행은 현지 파트너와 2024년 5년간 약 13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제품 등록을 마쳤다.
당큐락은 락티플란티바실러스 플란타룸 HAC01 균주를 원료로 한 개별인정형 유산균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후 혈당 감소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4월 출시 후 3년간 누적 매출 600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멕시코는 성인 당뇨병 유병률이 약 16.4%에 달하는 데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국가”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동시에 공략해 멕시코를 중남미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대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국제약은 전립선비대증 개량신약 복합제 ‘유레스코정’의 기술력과 공급망을 앞세워 중남미 시장에 진입한다. 회사는 최근 스페인 제약사 파에스 파르마와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등 중남미 13개국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총 39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계약금과 최대 200만유로(35억원) 규모의 개발·판매 마일스톤, 상업적 성과에 따른 수익 공유 조건이 포함됐다. 파에스 파르마는 현지 법인과 영업망을 활용해 국가별 품목허가와 제품 출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동국제약은 제품 공급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키로 했다.
동국제약은 이번 계약을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브라질 등으로 사업 지역을 넓히고,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다른 제품의 해외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GC녹십자웰빙 관계사 이니바이오는 올해 초 보툴리눔 톡신 ‘이니보’로 페루 의료미용 시장에 진입했다. 회사는 페루 품목허가에 이어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의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인증도 추진하며 중남미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의 중남미 공략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출시와 장기 공급계약, 공동 사업을 병행하는 한편 전문의약품에서 건강기능식품과 미용의료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지 파트너의 인허가·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주요국에서 확보한 판매 기반을 인접 국가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중남미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남미는 인구 증가와 중산층 확대, 만성질환 환자 증가가 맞물리며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파머징 시장’(제약 분야 신흥시장)”이라며 “중남미 주요국에서 판매 기반을 확보하면 인접 국가로 확장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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