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손질 본격화… 공공의 이익 의사결정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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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적용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보호하는 내용의 형법·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배임죄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배임죄 적용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보호하는 내용의 형법·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배임죄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기업 경영진과 공공기관 책임자들의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른바 ‘배임죄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적극행정을 위한 제도 정비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배임죄 적용 기준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합리적 의사결정, 배임죄 적용 기준 손질

최근 국회에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배임죄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책임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경영진의 책임과 의사결정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배임죄 제도 개선 필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7일 형법과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은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 경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 단서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법 개정안은 회사 임원 등에 적용되는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해 회사법상 책임과 형사책임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는 개념이 폭넓게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경영상 판단이나 정책 결정 당시에는 충분한 검토를 거쳤더라도 사후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형사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배임죄 수사 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공공부문 역시 적극행정보다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소극행정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공공의 이익’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고의적인 배임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고의로 조직이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형사책임을 묻도록 했다.

함께 발의된 상법 개정안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행 상법은 회사 임원 등에 대한 특별배임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동일한 행위에 대해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이 중첩되고, 회사법과 형사법의 역할 구분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고 회사법상 의무 위반은 민사책임과 내부통제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책임 체계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보호하고, 고의적인 배임행위는 엄정히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은 형법·상법 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 / 뉴시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보호하고, 고의적인 배임행위는 엄정히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은 형법·상법 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 / 뉴시스

이번 입법은 최근 이어지는 배임죄 제도 개선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유사한 취지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경영판단원칙 도입과 특별배임죄 개선을 담은 형법·상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특별배임죄 폐지와 배임죄 적용 범위 조정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배임죄 구성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는 법안을 내놓는 등 배임죄 리스크 완화를 위한 입법 논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부 역시 올해 성과관리 시행계획에서 기업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배임죄 개선 업무를 지속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해외 주요국과의 제도 차이도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른바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의로 이뤄진 경영상 판단에 대해서는 사후적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이 정착돼 있다. 독일과 일본 역시 회사법상 책임과 형사책임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도 개선 논의의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다만 법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공의 이익’이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범위가 추상적일 경우 자칫 배임죄 적용이 지나치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형사 리스크가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아 왔다며 경영판단을 보다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승원 의원은 “공공의 이익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내린 합리적인 의사결정까지 결과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은 법이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의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은 보호하고, 고의적인 배임은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책임 체계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 판단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의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있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적극행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요구와 경영진의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범위를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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