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날개 꺾는 '무섭노' 논란…정작 돌 던진 PD는 '인스타 폐쇄'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리센느 / 유튜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선의를 가장한 무책임한 지적과 억지 주장이 이제 막 날개를 펼치려는 걸그룹을 거센 정치적 논쟁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일, MBC경남 소속 김현지 PD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김 PD는 특정 영상이나 인물을 명시하지 않은 채 "호평받는 유튜브 클립 하나 봤는데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서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며, 일상화된 ‘일베식 노’가 언어의 원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해당 영상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한 장면임을 유추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원이는 조명이 어두운 방을 보며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말했을 뿐이다. 실제로 원이는 경남 거제도 토박이 출신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사투리 구사를 콘셉트 삼아 활발히 활동해 온 인물이다.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해당 용법을 사용해 온 화자에게 오직 말끝의 '노' 자 하나만을 필터 삼아 '오염된 혐오 표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 셈이다.

김 PD의 이 같은 '사투리 검열'은 대다수 네티즌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일베에 적대적인 커뮤니티나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 조차 "평생 경상도 살면서 쓰던 말인데 졸지에 일베가 됐다", "할머니가 쓰셔도 일베냐"라며 과도한 사상 검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실제 일베가 생겨나기도 전인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인터넷상에서도 '무섭노'가 단독 감탄형으로 쓰인 흔적이 무수히 발견되며 김 PD의 주장은 논리적 기반을 잃었다. 심지어 김 PD의 소속 방송국에서도, 김 PD가 연출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그램에도 '~노' 어미는 다수 등장했다.

리센느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언어학계 역시 이를 정당한 방언으로 규정한다. 안태형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동남 방언에서 ‘노’는 의문형뿐 아니라 혼잣말, 한탄, 독백 등에서 감탄형으로도 널리 쓰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표준어의 잣대로 지역 방언의 다양성을 재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논란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며 애먼 신인 아티스트의 발목을 잡았다. 대표적인 인물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용법의 정확성을 따지며 김 PD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경상도 말 용법에 맞나 맞지 않나가 아니라―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스물두 살 아이돌이 고향 말로 ‘무섭노’라고 했다는 이유로 일베 낙인을 찍는다”며 “말끝 하나로 사상 검증하려 한다”고 정면 비판했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기계적 일베 표현으로 낙인찍는 모습은 경악스럽다”고 가세하며,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정쟁으로 비화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작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김현지 PD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했다. 본인은 "분노보다는 고민을 남겼으면 좋겠다"라며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척 발을 뺐지만, 그가 무책임하게 쏘아 올린 독화살은 고스란히 리센느라는 신인 그룹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현재 리센느의 유튜브 채널에는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란에 절대 기죽지 말고 사과하지 말라"는 팬들과 네티즌들의 응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어설프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향후 사투리를 쓸 때마다 검열의 홍위병들에게 난도질당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조언들이다.

대중의 주목을 받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가는 신인 아이돌에게 이 같은 황당한 마녀사냥은 치명적이다. 자신의 고향 말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거대 정치인들의 정쟁 한복판에 소환되어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야 하는 현실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공영방송사 소속 PD라는 권위를 업고 섣부른 확증편향으로 돌을 던진 어른, 그리고 이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아 판을 키운 정치인들의 이기심 속에서, 청춘들의 순수한 땀방울이 서린 리센느의 날개만 꺾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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