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주 ‘쿠팡’ 어찌하오리까…진퇴양난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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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데일리DB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쿠팡에 대한 정부 조치가 미국에서 '미국 기업 차별'로 받아들여지면서 소비자 보호 정책이 외교·통상 현안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쿠팡 주식을 18차례나 사고판 것으로 드러나, 미국의 쿠팡 감싸기와 한국 정부 대상 통상 압박 배경에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부실 대응에 대한 조사는 국내법에 따른 적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또는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통상 문제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비자 보호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설명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법 집행과 통상 외교가 맞물린 복합 이슈로 보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외교적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국 기업 보호를 통상 정책과 연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국 정부도 국내 기업을 대하듯 강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려워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6000억대 과징금 부과 등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집행을 유지하되,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치권 공방과는 별개로 쿠팡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 압박이 더욱 노골화됐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35쪽 분량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쿠팡만 콕 집어 규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렇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쿠팡에 대한 조사는 모두 국내법상 적법 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적에 따라 기업 활동을 차별하거나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도 미 하원 보고서에 대해 “쿠팡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법 집행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적지 않은 행정력과 외교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외교·통상 이슈로 번지면서 정부가 반복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트럼프 대통령의 쿠팡 주식 보유 사실은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산신고서와 정기거래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투자계좌를 통해 쿠팡 주식을 총 18차례 매매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규모는 최대 13만달러(약 2억원)로 추정된다.

백악관은 대통령 자산이 독립적인 자산운용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개별 투자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쿠팡 거래도 수천 건에 달하는 자동 매매의 일부라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쿠팡 사태 관련 비공개 증언청취에 출석 중인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운데). /뉴시스

다만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쿠팡을 적극 옹호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쿠팡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책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쿠팡의 연결고리도 잇따라 확인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민간 변호사 시절 쿠팡으로부터 1만달러의 강연·자문 사례금을 받은 것으로 신고했다. 한미 외교 현안을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도 취임 전 컨설팅 회사에서 쿠팡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후커 차관이 몸담았던 아메리칸글로벌스트래티지(AGS)는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회장을 맡았던 곳이다. 오브라이언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으며, AGS는 쿠팡의 자문사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대미 로비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로비공개법(LDA)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1분기에만 로비 자금으로 109만달러(약 17억원)를 지출했다. 의회뿐 아니라 국무부,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농무부, 중소기업청 등 주요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대관 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측은 미국 내 로비 자금 집행은 기업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차고지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정부 안팎에서는 쿠팡 문제가 기업 규제를 넘어 한미 통상·안보 현안으로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쿠팡 사안을 계기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서거나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으로 통상 압박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원칙이 언급된 만큼 향후 통상 협상 과정에서도 쿠팡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서용구 교수는 “쿠팡 관련 법적 쟁점은 결국 사법 절차를 통해 결론이 날 사안인 만큼 정부도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한미 간 이해관계는 쿠팡 외에도 다양하게 얽혀 있는 만큼 이번 사안만 가지고 다른 산업이나 통상 갈등 전반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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