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나 코리아’ 김민하, ‘혜선’으로 살아낸 시간

시사위크
배우 김민하가 영화 ‘하나 코리아’로 돌아왔다. / 트리플픽쳐스
배우 김민하가 영화 ‘하나 코리아’로 돌아왔다. /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민하가 영화 ‘하나 코리아’로 관객 앞에 선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탈북 여성 혜선으로 분한 그는 “조금이라도 허투루 하거나 흐트러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하나 코리아’는 낯선 삶 속에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려는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 분)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한국과 덴마크 제작진이 함께 완성한 작품으로, 덴마크 출신 영화감독 겸 뮤지션 프레드릭 쇨베르가 연출을 맡고 최성재(샤론 최) 작가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플래시 포워드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탈북 과정보다 남한 사회에 정착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가는 ‘하나 코리아’에서 김민하는 절제된 연기로 혜선의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끝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생명력을 담아내며 진한 울림을 안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혜선으로 살아낸 시간을 돌아보며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부터 작품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까지 ‘하나 코리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내레이션이 굉장히 많은데, 픽션을 보는 느낌이라기보다 주변 사람의 일기장이나 편지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레이션도 실제 인물이 어머니에게 썼던 편지를 많이 참고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정말 편지처럼 다가왔다. 소중하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허투루 하거나 흐트러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감독님이 6년 동안 준비한 작품인 만큼 나도 많은 고증을 거쳐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분들이 겪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표현과 몸을 빌려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조금 더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그려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인물을 표현할 때는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정말 혜선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라 혜선으로 카메라 앞에 서려고 했다. ‘이 정도면 됐다’며 타협하려고 하지 않았고, 계속 그분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연기하다가 내 모습이 개입하려는 순간이 오면 다시 혜선에게 집중하려고 했다.”

‘하나 코리아’에서 탈북 여성 혜선을 연기한 김민하. / 트리플픽쳐스
‘하나 코리아’에서 탈북 여성 혜선을 연기한 김민하. / 트리플픽쳐스

-탈북 여성이라는 설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투리였다.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북한말과 내가 알고 있던 말투가 실제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 미숙한 사투리 때문에 작품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오랜 시간 사투리 코치에게 수업을 받았고, 단순히 사투리를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말투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사실 어떤 억양이든 결국 내 말처럼 체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혜선이 남한에 정착해 가는 과정에도 단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무엇이 낯설고 어려운지, 어느 시점부터 남한말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가는지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사투리 준비 과정도 궁금한데. 

“실제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말투를 최대한 고증하려고 노력했다. 사투리 선생님들이 실제로 양강도에서 온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고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고 방송프로그램도 많이 참고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혜선이 편지를 쓸 때는 남한에서 정착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였을 텐데 한국말을 구사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을 거잖나. 그렇다면 적절히 섞어서 읽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 감독님에게 그렇게 제안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나갔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외국 감독과 작업했다고 하면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같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언어나 문화의 차이는 있었지만 작업 방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냐’ ‘혜선은 이럴 것 같은데 민하는 어떻게 생각하냐’ 같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도 똑같았다. 대신 촬영 전 덴마크에서 진행한 워크숍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캐릭터의 전사까지 아주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촬영에 들어가면 그런 대화를 길게 나누기 어려우니까 워크숍 기간에 많은 부분을 함께 고민했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김민하가 덴마크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 트리플픽쳐스
김민하가 덴마크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 트리플픽쳐스

-외국 감독과의 작업 과정이 기존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했는데,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이 새롭게 다가온 지점은 있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서울을 ‘민트색’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올리브영 장면도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굉장히 신선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런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담백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길고 긴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담백하게 그리려고 해도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물론 감독님도 충분히 이야기에 이입했겠지만 우리와는 조금 다른 시선과 감정이 더해졌기 때문에 이 작품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성재 작가의 존재도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맞다 성재 작가님과는 덴마크에서 워크숍도 함께했다. 북유럽 감독님이 잘 모를 수 있는 한국인의 정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성재 작가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고, 각본을 쓰면서도 그런 문화적인 부분을 잘 녹여내 배우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현장에서도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셨다. 마음껏 뛰어놀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훨씬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내내 절제하고 드러내지 않다가 결정적 순간 참아 온 감정을 터트리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그렇게까지 감정이 폭발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김주령 선배와 함께 연기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터져 나왔다. 초반부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혜선이 처절하게 발버둥 치며 노력하는 인물이지만 너무 많은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담백하게 풀어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의 그 순간이 혜선에게 하나의 계기가 됐을 것 같다고도 이야기했다. 그 순간은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으니까 촬영할 때는 나도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과 지금까지 참아왔던 울분이 터져 나왔던 기억이 난다.” 

김민하가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짚으며 많은 관객에게 닿길 바랐다. / 트리플픽쳐스
김민하가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짚으며 많은 관객에게 닿길 바랐다. / 트리플픽쳐스

-혜선이 서울에서 겪는 미묘한 편견과 거리감은 어떻게 다가왔나.

“그런 장면을 찍거나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에게는 서울이 공허한 친절로 가득한 곳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올리브영 장면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도와주는 장면이 그렇다. 사실 그런 모습은 서울뿐 아니라 대도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친절하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이다. 나 역시 20대 때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서 공감이 됐다. 그래서 그런 장면을 촬영하면서 ‘맞아, 이런 순간들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지점들이 혜선이 서울에 적응해 가는 여정에 조금 더 많이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하나원에 도착한 혜선의 표정에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혜선은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는 기쁨이 아니라, ‘이게 정말 사실일까’ ‘꿈은 아닐까’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같은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북에 있는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실제 실존 인물도 그랬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굉장히 섬세하고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하나 코리아’라는 제목은 어떻게 다가왔나. 처음 접했을 때와 혜선으로 살아낸 뒤 마주한  제목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나.

“감독님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하나 코리아’라는 제목을 지었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래서 이런 제목이구나’ 하고 이해가 됐다. 혜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꼭 소원이 통일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의미, 그리고 모두가 하루하루 부단히 노력하며 대단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대단하다는 게 큰 의미기 아니라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고, 적응하며 버텨내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하나가 되자’는 뜻으로도 느껴졌다. 나에게는 그런 의미로 와닿았던 제목이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혜선을 보며 ‘나와 다르지 않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물론 탈북민의 삶과 과정을 감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고, 나 역시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매일이 다르다. 나 역시 매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사소한 것 하나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누구에게나 꿈과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다. 그런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나도 이 작품을 하면서 그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그러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원동력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혜선에게 보미와 숙희, 집주인 아주머니가 있었듯 우리 곁에도 늘 누군가가 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그런 따뜻한 온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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