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부산=김윤혁 기자 여야를 대표하는 중진 정치인들이 부산을 두고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3선에 도전하는 박형준 후보가 수성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산 북구갑에서 내리 3선을 지내며 지역 기반을 다져온 전재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 1호 공약부터 엇갈린 시선
두 후보의 1호 공약과 캐치프레이즈에는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전재수 후보는 부산을 명실상부한 ‘국가 해양전략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1호 공약으로 내놨다. 이를 위해 해사전문법원과 동남투자공사, 해수부 산하기관 추가 유치 등을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전 후보는 과거 해양수산부(해수부) 장관 재임 시절 해수부와 HMM 본사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해 성사시킨 경험을 내세우며 ‘능력 있는 행정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로 ‘일 잘하는 전재수’를 내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자신이야말로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할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해수부 이전은 지역 민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동구 수정동 해수부 건물 인근 수정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은 “결국 전재수가 (해수부) 옮겨준 것 아니냐”며 “이러나저러나 눈에 보이는 게 있으니까 지금은 전재수한테 조금 더 마음이 간다”고 전 후보의 손을 들었다.
반면 박형준 후보는 ‘중단 없는 발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시정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부터 부산 시정을 이끌어 온 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약 10년간 시정을 책임지게 된다.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부산의 장기 발전 로드맵을 완수하겠다는 것이 박 후보 측 주장이다.
이러한 박 후보의 1호 공약은 ‘청년 정책’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는 일명 ‘부산찬스’, 부산에서 자란 청년이 30세에 1억 원의 자산을 형성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 자산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내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선거 1호 공약으로 청년 정책을 내세운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서 만난 부산대 재학생인 20대 남성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을 묻는 질문에 “아무래도 대학생이다 보니 일자리나 청년 공약이 와닿는다”며 “주변 친구들 중에도 다른 지역으로 취업한 친구가 몇 명 있는데, 저는 일자리만 잘 만들어 주면 부산에 남고 싶고, 그런 공약을 대안으로 내놓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 ‘해양수도 전문가’ VS ‘중단 없는 10년 로드맵’
두 후보의 핵심 공약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곳은 과거 부산의 심장부였던 원도심 일대다. 인구 감소와 공동화 현상으로 쇠락한 원도심을 어떻게 되살릴지를 두고 두 후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구 일대는 최근 부산의 최대 화두로 꼽힌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 이전과 HMM 본사 이전, 북항 재개발,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 등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초대형 개발 현안들이 모두 이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의 ‘시정 연속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항 친수공원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북항 근처에 뭐가 많이 생긴다고 말은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게 생기는지는 잘 모른다”면서도 “아무래도 박형준 시장이 그동안 신경 써서 밀어붙인 것 아니겠냐”고 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실제 박 후보는 북항 재개발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부산이전·가덕도신공항 개항·부산형 광역급행철도(BuTX) 등을 연계해 부산을 ‘월드클래스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재임 시절 무산됐던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역시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맞서 전 후보는 해수부 장관 시절 보여준 추진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해양수도로서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 유관 기관과 대기업 본사 유치를 추가로 성사시켜, 정년 유출을 막고 원도심을 미래형 해양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의 공약 경쟁 자체에 피로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남포동 건어물도매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지지하는 후보가 있냐’는 질문에 “누가 되든 별 상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재수는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오는 것 같고, 박형준은 지금까지 뭘 했는지 잘은 모르겠다”며 “투표장 가서 생각해야지”라고 말했다.
이렇듯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민심은 산적한 부산의 현안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층적이었다. 부산의 민심이 검증된 추진력과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전재수 후보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중단 없는 부산 발전’을 내세운 전직 시장 박형준 후보에게 다시 힘을 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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