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성장률 뛰고 물가도 꿈틀…한은, 8연속 금리 동결 속 ‘매파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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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사진은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모습/한국은행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동시에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시장이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연 2.50%로 동결됐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를 ‘매파적 동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약 1년 가까이 연 2.50% 수준에 묶이게 됐다.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추이 /한국은행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 이후 석 달 만에 0.6%포인트(p) 높여 잡은 것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예상보다 강했던 1분기 성장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도 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전망했던 0.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한 뒤 지난해 11월 1.8%, 올해 2월 2.0%로 잇따라 상향 조정해왔다. 이번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2.5%)과 주요 투자은행(IB) 8곳 평균 전망치(2.4%)도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8%에서 2.1%로 높였다. 반도체 사이클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성장률·물가 전망 동반 상향…“인하 명분 약해졌다”

물가 전망 역시 예상보다 가파르게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기존 2.0%에서 2.3%로 높였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최근 물가 지표도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원재료 가격은 28.5% 급등해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그래픽=최주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올해 1월과 2월 각각 2.0%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3월 2.2%, 4월 2.6%로 다시 확대됐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1.9%를 기록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상향 조정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명분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통화 완화 필요성이 줄어든 반면, 물가와 금융안정 부담은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 중동·환율·집값 변수 여전…“섣부른 완화 어렵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여전한 대외 불확실성도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어진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될 수 있지만, 반대로 확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은 역시 섣불리 금리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과 서울 집값 흐름 역시 금리 완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달 초 144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영향 등으로 다시 반등해 장중 152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는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최주연 기자

금리를 미국보다 먼저 내려 금리 차를 확대시킬 경우 자본 유출로 인한 환율 상승 가능성은 한은이 금리를 움직이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지난해 12월 이후 1.25%포인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상승했다. 상승 폭은 3주 연속 확대됐으며, 이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직후인 올해 1월 넷째 주와 같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송 한은 총재가 향후 금리 방향과 관련해 얼마나 강한 긴축 경계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인상 전망 비중이 확대될 경우 시장은 이를 추가 긴축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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