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 “범죄물 고민하다 우주까지”… 나홍진이 말한 ‘호프’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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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호프’의 주역들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왼쪽부터)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마이클 패스벤더·황정민·나홍진 감독·조인성·정호연·테일러 러셀.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호프’의 주역들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왼쪽부터)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마이클 패스벤더·황정민·나홍진 감독·조인성·정호연·테일러 러셀.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시사위크|칸(프랑스)=이영실 기자  “범죄물을 고민하다가 이야기가 우주까지 갔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호프’를 통해 세계관을 또 한 번 확장했다. ‘곡성’의 종교적·오컬트적 접근에서 더 나아가 우주와 미지의 존재를 끌어들이며 새로운 장르적 감각을 꺼내 들었다. 액션과 스릴러의 비중 역시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만든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의 공식 기자회견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회견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조인성·정호연·테일러 러셀·알리시아 비칸데르·마이클 패스벤더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신작으로, 전날 영화제 공식 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추격자’(2008년), ‘황해’(2011), ‘곡성’(2016) 등을 통해 치밀한 구성과 독창적 스토리, 강렬한 비주얼로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입증해 온 나홍진 감독은 이번 ‘호프’를 통해서도 독창적인 세계관을 완성하며 신선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한국적 정서가 담긴 공간 위에 블록버스터 규모의 압도감을 덧입히며 독특한 장르적 감각을 완성한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호프’ 기자회견장.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호프’ 기자회견장.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이날 공식 기자회견장은 ‘호프’를 향한 관심을 반영하듯 시작 전부터 수많은 외신 기자들로 가득 찼다. 나홍진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자 현장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작품의 세계관과 연출 방식, 배우들의 캐릭터 접근 등에 관한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배우들에게 사인을 요청하거나 함께 사진을 촬영하려는 외신 기자들의 모습도 포착되며 높은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의 출발을 떠올렸다. 범죄와 폭력의 근원을 고민하던 과정이 결국 영화의 세계관 확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나홍진 감독은 “처음에는 범죄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야기가 우주까지 갔다”며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폭력이 발생하면 그 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원인이 뭘까 고민했다. ‘곡성’에서는 초자연적이고 종교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우주까지 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계인이 나왔다.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 됐다”고 밝혔다.  

현대적인 CG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호프’만의 액션 연출 방향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나홍진 감독은 “원시적인 영화이길 바랐다”며 “현대적이지 않고 전통적이고 아주 오래전에 본 듯한 액션 장면이 되길 원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걸 하려면 물론 CGI로 만들어진 크리처가 등장하지만 어울리지 않게 배우들의 연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런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는 배우들의 어떤 난이도 높은 연기, 위험성 높은 액션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을 잘 설득하고 잘 속이고 잘 유인해서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독창적 세계관을 완성한 ‘호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독창적 세계관을 완성한 ‘호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는 기존 나홍진 감독 작품들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기도 했다. ‘곡성’의 강한 오컬트 색채보다는 액션과 스릴러의 비중이 커졌고, ‘황해’를 떠올리게 하는 육체적 긴장감 역시 곳곳에 배치됐다. 나홍진 감독 역시 촬영 과정에서 영화의 방향이 예상과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스릴러를 좋아하는데 ‘호프’를 찍으면서 이 영화가 지나치게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착한 영화를 매일 같이 촬영한 건 너무 착한 일이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지금 진심으로 피가 그립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액션 비중에 대해서는 “단순한 액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릴러 요소가 더 많은 영화라고 생각하며 촬영했는데 찍다 보니 액션이 재밌더라. 그래서 점점 분량이 늘어났다”며 “나조차 편집하면서 ‘이게, 액션영화인가’ 싶어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테일러 러셀·알리시아 비칸데르·마이클 패스벤더 등 할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모신 것”이라고 했다. 나홍진 감독은 “지금의 ‘호프’에서는 황정민·조인성·정호연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들(외계인)의 이야기가 미래에 일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에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특히 평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 마이클과 꼭 함께하고 싶어서 어렵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왼쪽부터)황정민·나홍진 감독·조인성·정호연.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왼쪽부터)황정민·나홍진 감독·조인성·정호연. / 칸(프랑스)=이영실 기자

배우들은 ‘호프’의 강도 높은 액션과 미지의 존재를 상대해야 하는 연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단순한 육체적 고난보다 상상력과 감정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황정민은 “이 영화로 여러분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행복했다”며 “힘들고 안 힘들고의 개념보다는 미지의 존재를 마주했을 때 인간이 어떤 행동과 감정을 보일지 상상력을 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상대가 사람이었다면 중간에 멈춰서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을 텐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나고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인성 역시 새로운 시도를 위한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의 욕망이 담긴 시나리오였다”며 “육체적인 힘듦보다 공포와 인간의 생존 본능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더 집중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정호연은 장기간 이어진 액션 준비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총기 연습과 자동차 액션 등을 5~6개월 동안 준비했다”며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이렇게 오랜 시간 준비한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두려움보다 새로운 것을 해보는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말해줬고, 황정민 선배도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며 “덕분에 어려운 장면들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작품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먼저 마지막 장면에 담긴 의미에 대해 “세상 속 폭력과 사건, 좋지 않은 일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또 어떻게 퍼져가는지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인간은 결국 우주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종교적인 개념의 바람이나 희망 같은 감정을 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고 써놓은 것도 있다. 만들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만들어야지. 그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호프’의 결말이 완벽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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