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퇴직연금 대전, ‘리테일 최강’ 키움증권 메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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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본사 전경./키움증권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지난 2024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작된 후 1년 안팎 기간 동안 은행에서 증권사 등으로 이동한 퇴직연금 규모가 8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기 시작한 작년 말 이후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속도가 가팔라졌다. 3개월 만에 7조1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500조원 규모의 연금 시장은 또 다시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은 2024년 말 24.3%에서 지난해 말 26.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비중은 52.9%에서 52.4%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증권사 적립금 증가율(26.5%)은 은행(15.4%)과 보험(7.4%)을 크게 상회하며 자금 이동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개별 증권사별로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38조985억원에서 올해 1분기 42조4411억원으로 증가하며 업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역시 21조573억원에서 23조2681억원으로 확대됐고, 한국투자증권(20조7488억원→22조5945억원), 유안타증권(3086억원→3428억원), 한화투자증권(9964억원→1조981억원) 등도 고르게 증가했다.

이 밖에도 신영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우리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iM증권 등도 적립금이 증가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시장 확대 흐름에 동참했다.

올 2분기부터는 증권사로의 머니무브에 이어 증권사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완료한 키움증권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상반기 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 심의를 거쳐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오는 6월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전산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증권 출신 연금 전문가인 표영대 상무를 영입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준비 작업을 이어왔다.

키움증권은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 확정급여형(DB) 등 전 제도를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을 연금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해 기존 고객층인 ‘스마트 개미’를 연금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삼성생명과 신한은행 등 전통 금융권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2~3%대에 머무는 낮은 실질 수익률이 가입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도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성과 평가를 강화하며 금융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진입은 퇴직연금 시장에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점 없는 온라인 증권사의 구조를 활용해 수수료를 낮추고 가입자 혜택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키움의 저비용 구조는 기존 금융사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금 사업 진출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ETF 거래대금 점유율은 12.1% 수준이나, 퇴직연금 사업이 개시되면 ETF 시장 점유율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증권업권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DC형 적립금 1위를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뒤를 잇고 있다. 키움증권은 후발 주자지만 1000만명 이상 리테일 고객 기반을 활용해 단기간 내 ‘빅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ETF와 로보어드바이저(RA)를 결합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직접 운용하는 연금’ 트렌드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차별화된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연금 투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종합 자산관리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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