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구성시 핵시설’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야당은 해당 사안이 ‘기밀’이라고 주장하며, 정 장관의 사퇴론을 꺼내 들고 있다. 반면 여권은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해당 내용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한미동맹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다는 점과 나아가 여권 내 외교·안보 라인의 갈등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X(구 트위터)에 “정 장관 ‘구성 핵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유출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해당 발언을 ‘한미관계 위기설’과 연결하는 것에 대해 “걱정스럽다”고 언급했다는 기사도 공유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설명하던 중 영변과 강선, 구성을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영변과 강선의 경우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공식 확인된 지역인 것과 달리 구성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역은 아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떻게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는 내용을 장관이 국회에서 발언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미국 측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미국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찾아와 항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위원장으로서 파악한 정보’라며 해당 사항이 사실일 경우 정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맹공 나선 야당… 복잡해진 정부·여당
해당 내용이 이미 공개된 사안이라는 정부 측의 입장은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실제로 미국 ISIS가 지난 2016년 7월 발표한 ‘북한의 의심되는 과거 소규모 농축 플랜트(North Korea’s Suspect, Former Small-Scale Enrichment Plant)’보고서는 북한의 원심분리 개발 플랜트가 실제로 존재했고, 가장 유력한 위치가 영변에서 45km 서쪽으로 떨어진 방현 공군기지 인근이라고 평가했다. 방현 공군기지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SIS의 북한 전문 매체인 ‘비욘드 패럴렐’도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 핵시설이 최근까지 가동 중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이 시설을 정 장관이 언급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아닌 ‘핵무기 고폭탄 기폭장치 실험장’이라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빅터 차 미국 CSIS 한국석좌가 ‘구성 핵시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적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또다시 가짜 뉴스였다”고 비판했다.
야당 내에서는 해당 정보가 실질적으론 공개됐다 하더라도,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새어 나온다. 미확인 정보를 확인해 준 결과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관련된 정보는 미국 측에 기대는 측면이 큰 만큼, 양국 간 신뢰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표하는 대목이다. 야당은 과거 DMZ 출입 승인 권한 문제에 이어 이번 발언까지 정 장관의 발언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야당의 공세에 “지방 선거용 자해 안보팔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여권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은 남아 있다. 일각에서 이번 사안을 여권 내 ‘동맹파’와 ‘자주파’ 간 갈등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구성시를 제3 핵시설 위치로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내용을 두고 논란은 현시점에서만 불거진 셈이다. 정 장관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그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아홉 달이 지나서 느닷없이 이 문제를 들고나온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자주파와 동맹파 간 갈등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